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 연장-반대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시대 동떨어진 규제 실효성 잃은지 오래

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의 시장점유율 합산규제를 놓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합산규제는 미디어 시장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케이블TV·위성방송·IPTV 등 특정 유료방송사의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1(33%)을 넘지 못하도록 방송법과 IPTV법으로 3년간 한시 규정한 제도다. 현재 유료방송 시장 1위인 KT와 KT에 합병된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가 규제 대상인데 내년 6월 규제 일몰을 앞두고 있어 연장-폐지를 놓고 사업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점유율 합산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모바일·위성방송 경쟁력을 가진 한 기업이 독주할 경우 중소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고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방송의 공정 경쟁과 공익성 후퇴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규제 반대 측은 인터넷 매체 등의 영향력 확대 등 방송 시장의 급속한 변화로 합산규제 실효성이 없으며 사업자의 시장 행위를 방해할 뿐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또다시 ‘합산규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솔직히 최근 매체 환경의 변화를 감안하면 유료방송 합산규제 연장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너무나 시대와 동떨어진 적폐라면 적폐다. 이미 전통 매체들의 시청률이나 영향력은 반 토막 정도가 아니라 그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20~30대를 중심으로 방송을 보지 않거나 아예 텔레비전 수상기가 없는 이른바 ‘제로 TV’ 가구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반대로 인터넷과 모바일의 방송·영상 시장 침식은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만큼이나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사전에 규제하는 합산규제라는 것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의문이다. 전체 방송 시장 구조나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 규제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방송사업자의 점유율 규제의 예외성을 우리 방송의 특수성을 감안해 인정한다 하더라도 실제 이 규제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규제 정책은 두 가지 조건은 갖춰야 한다. 하나는 규제 일관성 혹은 형평성이고 다른 하나는 규제 효율성이다. 우선 규제 일관성과 관련해 합산규제는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KT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성 규제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실제 아직도 규제 대상은 여전히 KT뿐이다. 33%라는 점유율 상한선도 공정경쟁과 관련된 합리적 근거가 아니라 당시 KT의 시장점유율을 감안해 만들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법은 KT를 제외한 모든 경쟁 사업자들이 앞장서서 강력히 요구해 제정됐다. 그 결과 시장에서 시청자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방송사업자들이 정치권에서 제도를 통해 이익을 도모하는 병폐를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규제 효율성 문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방송 사업은 허가받아 방송용 프로그램을 편성해 내보내는 전통적인 방송사업자들의 고유영역을 벗어나고 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기반으로 별도 허가 없이 방송 혹은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동영상(OTT·Over the Top) 서비스들이 매우 보편화됐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시청·소비하는 계층은 20~30대를 넘어 40~50대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지상파방송 드라마 이름은 몰라도 ‘대도서관’이나 ‘밴쯔’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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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이들이 소비하는 콘텐츠가 기성 방송 프로그램이 아니라 인터넷 방송 전용, 이른바 1인 미디어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라는 것이다. 지상파·종합편성채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 구글과 유튜브의 영상 서비스 성장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전통 미디어들의 전유물이던 뉴스 역시 포털 사업자에 1위 자리를 내준 지 오래됐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이 네이버나 다음을 언론사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전통 매체들 역시 인터넷 기반의 전송 서비스나 별도 영상 서비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처럼 방송영상 사업이 인터넷 영역으로 확대되고 또 인터넷 매체들의 점유율과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료방송 사업자, 그것도 KT라는 특정 사업자만 대상으로 하는 점유율 규제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인터넷 영상 서비스까지 모두 규제할 방법도 없다. 그렇다면 이 법은 마치 자신들의 영역 안에 앉아 급변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정중지와(井中之蛙·우물 안 개구리)’ 같은 꼴이다.

아울러 합산규제 연장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도 의문이다. 점유율 규제가 유료방송 시장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에 기여했는가 하는 것이다. 솔직히 합산규제법 개정 당시보다 지금 유료방송 시장은 더욱 불공정해졌고 또 열악해졌다는 평가가 더 많다. 그 이유는 이동통신 서비스와 결합해 유료방송 가입자를 유치하는 이른바 ‘결합상품 판매’를 통한 저가 경쟁이 더 심화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합산규제의 정책 실효성은 매우 적거나 거의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이 같은 시장 상황을 정부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합산규제는 법 개정 당시부터 사업자의 시장 행위를 방해한다는 위헌 시비까지 제기됐던 매우 이례적인 법 규제다. 그런 문제점은 논외로 하더라도 과연 이 규제가 표방했던 목표를 성취했는지, 또 앞으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지극히 부정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합산규제는 폐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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