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루키’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전설의 루키’ 반열에 오르기 위한 마지막 레이스의 첫 번째 코너를 순조롭게 통과했다.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티뷰론GC(파72)의 1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오르는 박성현은 많이 피곤해 보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이번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250만달러)까지 6주 연속 대회 출전. 그동안 한국-대만-말레이시아-한국-미국을 오갔으니 피로가 쌓이지 않는 게 이상할 법했다.
세계랭킹 2위 박성현은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무서운 집중력을 선보였다. 나흘 전 세계 1위를 뺏어간 펑산산(중국), 평균타수 1위 경쟁자인 렉시 톰프슨(미국)과 같은 조로 나섰지만 오로지 눈앞의 샷과 퍼트에만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첫날 결과는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 페어웨이와 그린을 각각 네 번씩만 놓치는 등 샷 감각이 좋았고 퍼트도 28개로 괜찮았다. 그중 12·16번홀(이상 파3)은 ‘톡’ 대면 들어가는 탭인 버디였다. 2번홀(파4) 보기로 출발한 박성현은 17번홀(파5)에서 2온 2퍼트로 간단히 버디를 보태며 5언더파로 마무리했다. 일단 펑산산(2언더파)과 톰프슨(1언더파)에게 판정승을 거둔 셈이 됐고 선두 그룹에 1타 뒤진 공동 3위에서 시즌 3승을 노리게 됐다. 공동 선두인 젠베이윈(대만)과 새라 제인 스미스(호주·이상 6언더파)가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이라는 것도 팬들의 기대감을 높일 만하다.
이미 신인왕을 확정하고 이날 시상식에도 참석한 박성현은 최종전에서 우승하면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에 오르는 것은 물론 1주일 만에 내준 세계 1위도 되찾을 수 있다. 또 김인경과 공동 다승왕(3승)이 되며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하는 CME글로브 포인트에서도 2위에서 1위로 올라 별도 보너스 100만달러(약 11억원)까지 챙긴다. 여기에다 평균타수 1위인 톰프슨보다 9~10타 앞선 채 우승하면 최소타수상마저 가져간다. 1978년의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39년 만에 타이틀 싹쓸이 대기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당시에 CME글로브 보너스 같은 것은 없었다. 2014년 도입된 방식인데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2015년까지 2년 연속으로 100만달러씩을 가져갔다. 우승 없이 올 시즌을 마칠 위기에 몰린 리디아 고는 박성현과 같은 67타를 적으며 시즌 막판에 강한 모습을 올해도 이어갈 태세다. 17번홀(파5)에서 까다로운 경사의 3~4m 이글 퍼트를 넣은 그는 18번홀(파4)에서는 벙커 턱에 바짝 붙은 어려운 벙커 샷을 그대로 집어넣고 만세를 불렀다. 더블 보기 위기를 파로 넘긴 것이다.
펑산산(2위)과 박성현(3위)에 앞서 올해의 선수 포인트 1위를 달리는 유소연은 이븐파 공동 45위에 그쳤다. 어깨가 아파 제기량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세영은 4언더파 공동 8위, 지은희는 3언더파 공동 12위다. 한국 선수가 우승하면 2015년의 15승을 넘어 한국 선수 한 시즌 최다승 합작 신기록(16승)이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