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코스맥스는 누월드 인수합병(M&A)을 전격 발표했다. 같은 날 코스맥스는 3·4분기 실적도 발표했다. 영업이익 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당초 기대치보다 낮은 실적에 주가는 즉각 반영했다. 사흘간 주가는 10% 넘게 급락했다. 이에 대해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고고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가 시간 차를 두고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유통기업에 비해 사드 악재가 뒤늦게 전해지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중국 시장은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되는데 한국에서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며 “사드 악재가 돌출됐을 때도 생산 주문에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2·4분기가 지나면서 주문량이 줄어든 것이 실적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내년 초부터는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사드 악재가 늦게 전해진 만큼 그 시간 차이만 지나면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특히 내년 초부터는 미국 공장에서의 생산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실적 회복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중장기적 관점의 접근을 당부했다. 현재 코스맥스가 중점을 두고 있는 곳은 미국 시장이다. 코스맥스 같은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의 성장사가 녹아 있는 중국 시장과 달리 미국 시장은 이미 커질 대로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 코스맥스는 이 미국 시장에서 속도 경쟁에 나설 계획이다. 코스맥스가 공장을 신설하는 대신 미국 내 3위 화장품 생산기업인 누월드를 인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중국에서 한 번도 공장을 인수한 적이 없는 코스맥스가 미국 기업을 인수한 것은 매출 확대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며 “누월드 인수로 초기 목표인 매출 2,000억원 달성 시간을 3년 정도 당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코스맥스와 누월드는 강점이 각기 달라 시너지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이 회장은 기대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현재 로레알그룹을 비롯해 존슨앤드존슨·네리움·메리케이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을 메인 고객으로 확보했다. 누월드를 인수하면서 코스맥스는 L그룹·월마트·샐리 등 대형 유통 채널을 신규 거래처로 보유하게 됐다. 또 누월드는 색조화장품 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데 오하이오 솔론 공장은 기초화장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어 제품 포트폴리오 효과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누월드 공장은 코스맥스 뉴저지 연구소와 25마일(약 40㎞)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현지 고객사와 제품 개발의 접근성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누월드 인수로 코스맥스는 북미 지역뿐 아니라 남미·유럽연합(EU) 등으로 고객사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남미 지역은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과 더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장으로 꼽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미국 화장품 시장은 658억달러(약 75조원) 규모로 세계 최대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수요가 글로벌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향후 중국 등 신흥시장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이번 인수로 독립적인 연구조직을 갖추게 돼 미국에서만 총 80여명의 연구원들이 개발하는 제품들은 품질 면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할 것”이라며 “코스맥스 미국 법인은 오하이오 솔론 공장의 기초와 뉴저지 누월드 공장의 색조 부문의 통합 생산기지를 운영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