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이 조정하는 시장은 효율적이며,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통제하면 이것이 효율성이 아닌 분배에 초점에 맞춰질 것이라는 생각은 시장중심주의에 대한 찬양을 낳았다. 그러나 ‘슈퍼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의 성장을 견인한 것은 시장이 아닌 정부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토머스 재퍼슨과 매디슨은 작은 정부, 자영농 그리고 자유무역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 체제를 주장했다. 만약 미국이 그들이 제안한 길을 선택했다면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 미국은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신 미국은 중앙집권적인 연방 정부를 중심으로 무역과 금융을 통제하고 걸음마 단계에 있던 제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알렉산더 해밀턴이 제시한 길을 택했다. 이러한 선택은 철도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졌고, 중앙은행을 통해 화폐와 금융도 통제했다. 이러한 경제설계는 성공적이었고, 미국이 경제 강국의 반열에 오른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그러나 ‘현실의 경제학’은 정부가 개입한다고 해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역사를 통해 확인시켜준다.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중에는 실패한 사례도 숱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어떻게 개입하느냐다. 미국의 철도 건설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성공한 최고의 사례다. 미국이 동부에서 서부로 확장해 나갔고, 개척된 땅에 농민들이 이주해 가기 시작하면서 운송이 가장 큰 문제가 됐다. 농산물을 항구로 운반해 수출해야 하고, 거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필수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국 전역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절실했던 것. 철도 건설은 카탈로그를 통해 주문을 받고 철도를 통해 배송해주는 새로운 종류의 기업들이 생겨나는 예상치 못한 효과도 가져왔다. 책은 이외에도 아이젠하워 시대를 재조명함으로써 경제를 발전시키는 진정한 혁신은 정부가 여러 첨단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때 일어났음을 일깨우며, 오늘날 최고의 경제 화두인 혁신에 대해서 강조했다. 아이젠하워 시대에 미국 정부는 구소련에 군사기술이 처지지 않게 하기 위해 각종 첨단 시술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했다.
저자는 미국이 이런 경제 정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적어도 1970년대까지 미국의 정치인들은 이념보다 현재 상황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경제 정책을 짜고 실행했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