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워치-가벼워진 인문학]상아탑 밖으로 나온 교수들…인문학 대중화 전도사로

대학 명강의, 일반으로 나와 재탄생

TV출연·인문서 저술 등 교수 수요도 ↑

대학들도 지역사회 인문학 확산 동참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서울경제신문 백상경제연구원 주최로 지난 9월 27일 서울 도서관에서 열린 퇴근길 인문학에서 ‘로봇과 위협: 상상인가 사실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송은석기자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서울경제신문 백상경제연구원 주최로 지난 9월 27일 서울 도서관에서 열린 퇴근길 인문학에서 ‘로봇과 위협: 상상인가 사실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송은석기자




지난 9월 20일 저녁 서울 도서관에서 서울경제신문 백상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퇴근길 인문학’ 네번째 연사 서현 교수가 ‘도서관과 권력자들’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송은석기자지난 9월 20일 저녁 서울 도서관에서 서울경제신문 백상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퇴근길 인문학’ 네번째 연사 서현 교수가 ‘도서관과 권력자들’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송은석기자


“뚜렷한 가치관과 미래를 향한 상상력 없이 지식만 채운다면 ‘지식인’이 아닌 단순한 ‘기술자’에 불과합니다. 지적으로 자유로운 인간이 되려면 끊임없이 질문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을 겸비해야 합니다.”

건축가인 서현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지난 9월 서울도서관에서 열린 ‘퇴근길 인문학’ 특강에서 ‘도서관과 권력자들’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퇴근길 인문학 특강을 듣기 위해 모인 청중 50여명은 진지한 눈빛으로 서 교수의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집중했다. 5주간 이어진 ‘퇴근길 인문학’의 다른 특강과 마찬가지로 이날 강연도 시민들의 진지한 참여 속에 성황리에 끝났다.


상아탑에 머물던 대학교수들이 인문학을 전파하기 위해 강의실 밖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중을 위한 인문·사회학 저서 발간과 강연을 비롯해 TV와 강연을 결합한 TV인포테인먼트 영역까지 확장하면서 ‘인문학 전도사’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교수들의 ‘영역 확장’은 직장인들 사이에 일고 있는 인문학 열풍이 대학 내 고품질 인문학 강의를 대학 밖에서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의 명강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책으로 출간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후 서점마다 하버드·스탠퍼드 등 해외 명문대 강의를 바탕으로 한 베스트셀러들이 쏟아졌다. 같은 맥락으로 한국에서도 대학 강의의 일반 시민 대상 진출 수요가 생겨난 셈이다.

한국에서는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행복학’ 강의가 대표적이다. ‘행복 심리학’ 권위자인 최 교수의 강의는 서울대 안팎에서 ‘서울대 3대 명강의’로 불리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 교수의 저서 ‘프레임’(21세기북스)은 인문과학서적으로는 드물게 30만부나 팔려 나가 교수로는 드물게 팬덤 현상을 불러오기도 했다. 서울대는 한발 더 나아가 교내 유명 강의들을 망라한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서가명강·21세기북스)를 오디오클립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이 작업에는 법의학자인 유성호 교수, 동아시아사의 박훈 교수 등이 나섰다. 지난 2011년 홍성욱·장덕진·장대익·이준구·곽금주 교수 등이 쓴 ‘서울대 명품 강의’(글항아리)는 서울대 강의 대중화의 원조 격이지만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 강의는 딱딱하고 어려울 것이란 편견이 있었지만 일반 대중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강의도 많다”며 “인문학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지식 공유의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TV에서도 O tvN의 ‘어쩌다 어른’이 지난 여름 ‘소문난 대학 명강의’ 프로그램을 내걸고 각 대학별 유명 강의로 이름난 5명의 교수들을 강연자로 내세워 건축, 정신겅강, 미술,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소개하기도 했다. 연사로 등장한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최근 인기 ‘인포테인먼트’인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2’에 출연하면서 더욱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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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정부까지 나서 대학의 인문학 강좌를 대중에 소개하는데 가세하면서 ‘대학교수들의 일탈’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한국연구재단과 함께 2016년부터 ‘대학 인문역량 강화’(CORE)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초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을 강화하고 사회 수요에 부응하는 인문학을 육성하자는 취지다. 대학 학생뿐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까지 문호를 넓혔다.

CORE 사업의 일환으로 이화여대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총 12회에 걸쳐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인문학 콘서트’를 열었다. 고전소설 번역서인 ‘옛 소설에 빠지다’를 쓴 조혜란 국문과 교수, 교내에서 ‘영화 교수님’으로 통할 정도로 영화에 조예가 깊은 이형숙 영어영문학과 교수 등 명강의로 이름난 교수들이 총출동했다.

한양대 인문과학대학은 ‘시민 대학, 인문학에서 길을 찾다’를 주제로 지난 8월3일부터 9월28일까지 매주 목요일 2시간씩 총 5회에 걸친 인문학 강의를 열었다. 서신혜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신성환 인문과학대학 교수,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국어국문학과 교수, 박찬승 사학과 교수 등이 나서 성동구 주민들에게 인문학의 매력을 선보였다.

민·관이 함께 나서 기획한 인문학 프로그램도 많아지면서 대학교수들의 강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신문 백상경제연구원은 앞선 사례의 ‘퇴근길 인문학’ 프로그램에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도서관협회와 함께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을 지난달까지 진행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과 백상경제연구원이 함께 진행하는 고전인문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4기까지 운영되면서 연인원 1만여명의 수강자를 기록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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