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소유권을 주장하기보다는 모두에게 개방해서 혁신을 이끌어내고 옥석을 가려낼 겁니다.”
이문진(사진) SK㈜ C&C 에이브릴 사업본부장은 최근 경기 성남시 SK㈜ C&C(이하 SK C&C(034730)) 분당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IBM ‘왓슨’ 기반의 AI 서비스 ‘에이브릴(Aibril)’을 개방해 운영하는 것은 기술 공유와 경쟁이 전체 생태계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본부장은 에이브릴 서비스를 위해 IBM과의 계약 협상 과정을 주도했다. 지난해 왓슨의 한국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배포 권한을 획득한 SK C&C는 1년여 간의 준비 끝에 지난 9월 8종의 API를 우선 공개하며 에이브릴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내 ‘음성 텍스트 변환’과 ‘텍스트 음성 변환’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지난 9월 시작한 에이브릴의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운데 특히 개인 개발자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8개의 공개된 API 중 현재는 챗봇에 들어가는 ‘자연어 분류’와 ‘대화’ API가 많이 쓰이는데 앞으로 대화 문맥 이해를 위해서는 ‘자연어 이해’가, 상품추천을 위해서는 ‘성향 분석’이 보다 많이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인터뷰 내내 AI 기술 발전을 위해 기술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 C&C는 에이브릴 API를 유료로 제공하며 기술을 개방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최근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의 결과물인 한국어 분석, 음성 처리 등 AI 기술 ‘엑소브레인’을 외부 개발자들이 쓸 수 있도록 유료 API로 개방하기로 하는 등 민관 할 것 없이 ‘오픈 이노베이션’이 확산되고 있다. 기술을 널리 쓰이게 함으로써 다양한 기술 간 융합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업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AI 기술 발전에 필수라는 것이 이 본부장의 설명이다.
SK C&C는 앞으로 에이브릴에 자체 API와 SI, 보안역량을 추가해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지금까지 왓슨 API와 에이브릴이 큰 차이가 없었지만 앞으로 왓슨은 왓슨대로 진화하고 에이브릴은 자체 API와 빅데이터, 보안 등 자체 솔루션과 기술들을 탑재해 왓슨과 별개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에이브릴을 기반으로 궁극적으로 SK C&C를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원천기술에서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의 격차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핵심은 API를 활용하는 기술과 관련 데이터”라며 “빨리 시장에 뛰어들어 필요한 것과 부족한 것을 파악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경험과 데이터를 확보해 해외 기업과의 격차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가진 API나 툴(API로 만든 중간 솔루션), 작업 과정에서 나온 데이터 등을 SK C&C가 가진 디지털 기술 요소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어 외부에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