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돈 잘 버는 게 도둑처럼 비쳐 곤혹스럽습니다. (국내에서) 리딩뱅크라고 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72로 (글로벌 은행과 비교하면) 자기 밥값도 못 하는 상황입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은행들이 이자수입으로 배를 불리고 있다는 따가운 여론에 대해 작심하고 말문을 열었다. 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99%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회장 연임이 확정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다. 그는 ‘내년 실적 전망이 어둡다’는 질문에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이 10% 정도가 돼야 이익을 낸다고 볼 수 있는데 KB금융의 자본 규모(35조원)를 고려하면 3조5,000억원을 벌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KB금융의 지난 3·4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577억원이다. 윤 회장은 이익의 질적 측면에 대해서도 “대손충당이 지금처럼 적을 때가 없었고 향후 적절한 타이밍에 상시적 구조조정이 이뤄지려면 은행도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이 돈을 벌 수 있을 때 벌어놓아야 기업 부실 등이 생겼을 때 금융 시장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충당금을 쌓을 여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서 윤 회장은 2기 체제 공식 출범과 함께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화두로 꺼냈다. 그는 “국내외 M&A를 통해 3년 내 아시아 리딩뱅크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3년 전 취임 일성으로 국내 리딩금융그룹 탈환을 내건 뒤 목표를 달성했고 앞으로 3년은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특히 윤 회장은 따가운 비판을 사고 있는 이자이익 편중 전략에서 탈피해 기업투자은행(CIB) 등 비은행 부문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국내와 글로벌 모두 무차별하게 (인수 대상을) 보고 있다”면서 “좋은 물건이 좋은 가격에서 전략에 부합한다면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의 경우 생명보험 쪽에 취약하다는 지적들이 있는 만큼 윤 회장도 “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 사실”이러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내부 역량이 CIB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따라가 줄지와 조직 경쟁력을 위한 혁신에 노조가 얼마만큼 협조하는지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윤 회장은 이날 임시주총에서 출석 주식 수 가운데 98.85%의 찬성을 받아 연임을 확정 지었다. 윤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까지 3년이다. 허인 국민은행장 내정자의 기타비상무이사(신규) 선임 안건도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