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창업 생태계의 거점 '메이커 스페이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지금 세계는 첨단산업을 주도하고 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형 창업에 주목하고 있다. 창업은 단순히 산업과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기업가정신을 길러내고 첨단기술을 선점하며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성장 엔진이자 지속 가능한 에너지이며 젊은이들의 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혁신형 창업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인 ‘디지털 네이티브’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창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최하위 열여덟 번째에 그친다. 수많은 창업 프로그램에도 창업은 계속 줄고 생존율도 낮다. 이제 혁신형 창업생태계의 거점인 메이커 스페이스를 눈여겨보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시점이다.


세계적 혁신기업인 미국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디즈니는 모두 차고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차고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도구가 가득하고 어느 때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작업실이자 생활공간이다. 부모에게 배우고 친구들과 협업하며 혁신적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만들어볼 수 있는 창조적 교육과 교류의 공간이다. 차고가 없는 우리는 메이커 스페이스가 이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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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스페이스는 창업을 위한 필수 기반시설이다. 제대로 된 기업이 될 때까지 꿈을 키우고 최소한의 비용과 공간으로 아이디어를 상품화할 기회를 준다. 디지털 기반의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에게 고가의 디지털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큰 장벽이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기본적으로 첨단 실험 생산 장비를 갖춰 부담 없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시제품을 제작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서로에게 창업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고 지식 교류를 촉진하는 캠퍼스 같은 역할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메이커 스페이스가 늘고 있지만 차고의 본질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혁신형 창업생태계의 시작점이자 창업으로 꿈을 이루는 문화의 발원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개방성과 함께 재미까지 갖춘 곳이어야 한다. 화려한 새 건물이 아닌 어디서든 쉽게 갈 수 있고 24시간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우선 도심에 마련돼야 한다. 메탈 3차원(3D) 프린터, 컴퓨터수치제어장비(CNC) 같은 첨단장비를 갖춰야 하고 시제품 제작부터 양산·사업화로 이어지는 모든 단계를 지원해야 한다. 특히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체험 위주의 교육과 협력적 창업문화 프로그램 마련 또한 필요하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창조 인재들을 불러들여 도시의 활력과 혁신산업의 기초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산업 인프라이자 미래를 함께 나누는 공유공간이다. 창업의 성공을 위해 정부·지방자치단체·기업 모두 메이커 스페이스의 역할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서야 한다. 머지않은 미래, 대한민국 혁신기업들은 모두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시작됐다는 말을 듣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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