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후륜 기반 4륜구동 제품을 구현했지요. 랜드로버 같은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핵심 구동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틀도 마련했습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전륜구동 위주의 차를 만들었다.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위해 기아는 ‘스팅어’, 제네시스는 ‘G70’ 등 후륜차량을 제작했다. 후륜구동의 핵심부품도 국산화했다. ‘ATC(Active Transfer Case)’가 대표적이다. 후륜차를 4륜으로 바꾸는 장치다. 각 바퀴에 힘을 얼마나 배분할지 정하는 장치인데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위아(011210)가 세계 다섯 번째로 양산에 성공해 G70과 스팅어에 공급했다.
이달 1일 현대위아 남양연구소에서 만난 박현오(오른쪽)·이지웅 책임연구원은 ATC 개발 당시의 상황을 묻자 한숨을 내쉬었다. 원천기술이 없어 지난 2013년부터 50여명의 연구원이 3년 이상 매달려 밥 먹듯이 야근을 했다. 마그나나 GKN 같은 유력 업체의 제품을 뜯어보고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혔다. 이 연구원은 “중국 업체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제어·전자 등 종합 엔지니어 기술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ATC를 국산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현대위아는 ATC의 후발주자지만 제품 성능은 경쟁사를 압도한다. ATC의 핵심은 반응속도. 빙판길에서 차가 미끄러지지 않게 바퀴에 힘을 얼마나 배분할지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현대위아의 ATC 반응속도는 0.15초로 경쟁사 평균(0.2초)보다 앞선다. 제품 설계부터 효율성을 강조한 것이 비결이다.
제품 안정성을 위해 뉴질랜드·스웨덴에서 각 2개월씩 머물며 빙판을 수백 바퀴씩 돌았다. 보통 테스트는 한두 달인데 두 배가량 진행했다. 이 연구원은 “영하 25도에서 차가 얼지 않게 온풍기를 차 안에 틀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을 구현했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ATC 개발에는 수십억원이 투입됐는데 이미 연매출 200억원 이상이 일어나고 있다. 현대위아는 전륜을 4륜으로 만드는 커플링, 양쪽 바퀴에 힘을 배분하는 e-LSD에 ATC까지 모두 생산하는 부품사가 됐다. 이를 모듈로 제작, 랜드로버 같은 정통 SUV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 시장에서 제품 문의가 많아 곧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전기차와 대형 SUV 등에 모듈형 제품으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