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규제프리존 팽개치고 혁신성장 외치나

여권이 지난주 열린 비공개 당정청회의를 통해 덩어리 규제 해제를 골자로 한 ‘규제프리존특별법’을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당정청은 전 정부가 추진한 규제프리존특별법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조와 맞지 않고 실효성도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서는 청와대가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정책 기류가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규제프리존은 수도권을 뺀 전국 14개 시도별로 2개씩 전략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덩어리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주는 제도다. 박근혜 정부 시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추진했으나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회의에서 완전한 결론을 내지 않아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새 정부 들어 여당은 원활한 국회 운영과 지방선거 대비 차원에서 규제프리존 제도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왔다. 야당 또한 여당과 접점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긍정적 견해를 밝혔고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아예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해왔다. 그런데도 여권의 기류가 돌연 바꿨었으니 청와대의 독주가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부 특혜성 조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해보지도 않고 실익 운운하는 것은 오만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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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규제환경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의 결실이 나올 수 없다. 개별법 하나하나의 규제를 풀어 혁신 성장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얘기다. 기술발전은 빛의 속도인데 법과 제도는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간의 지체 현상을 극복해보자는 것이 규제프리존 아닌가. 새 정부가 신산업에 도입하기로 한 규제 샌드박스 역시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식이라면 규제 샌드박스 도입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선 공약에서 제조업 부흥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외친 게 그저 빈말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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