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벽돌담 등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을 뻔한 위험상황을 경험한 경우가 아니라면 ‘스트레스 장애’(stress disorder)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불안하고 짜증·화가 나거나 무력감을 느끼는 등 다양한 ‘정신적 외상(trauma) 후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수준에서 그친다. 포항 지진은 지금도 여진이 이어지는 현재 진행형이어서 불안은 어쩌면 당연하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은 대개 심호흡 등 이완요법, 정부·지방자치단체·정신건강 전문가 등으로 꾸려진 ‘포항 현장심리지원단’ 등의 주민 심리평가 같은 활동으로 해소될 수 있다”며 “다만 가족이 없거나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는 어린이, 심리적으로 예민한 청소년, 임신부, 노인, 정신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급성 스트레스 장애’나 ‘(정신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등으로 악화할 수 있으므로 심리지원단과 가족 등이 잘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장애는 극심한 불안장애 중 하나다. 세월호 침몰 사고나 가족 등이 사망한 교통사고 등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뒤 2일~4주가량 공포감과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이 이어지면 급성 스트레스 장애,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극심한 사고의 경우에도 장애로 장기간 고통받는 사람은 대부분 10%를 밑돈다.
급성이든 정신적 외상 후든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은 비슷하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둘 다 같은 사고를 겪더라도 중년층보다는 어린이나 노인층에서 더 심하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취약하다. 자주 깜짝깜짝 놀라고 우울 증상이 나타나거나 집중력이 떨어져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가족·동료 등 주변 사람들의 정서적 지지가 부족하거나 아동기에 심리적 외상이 있는 경우 더 잘 나타난다. 평소 걱정이 많거나 사소한 자극에도 잘 놀라는 성격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광장공포증·우울증 등을 앓고 있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발전하기 쉽고 예후도 좋지 못하다. 반면 사회적 관계가 좋으면 예후가 좋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