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이 유사한 수명과 사망률 등을 나타내기까지 적어도 20년이 걸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제10차 통일사회보장 세미나 발표 자료를 보면 윤석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체제통합 후 통일 독일의 경험’이라는 주제로 연구한 결과를 전했다. 윤 교수는 독일이 통일된 1990년 당시 심장 질환, 암 질환, 자살 및 사고로 인한 사망률 등에서 동·서독 사이 상당한 격차가 있었으나 2000년대 들어와 차이가 줄어들었고 최근에서야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밝혔다.
1991년 여성 기준 구(舊)동독에서 출생 시 평균 기대수명은 77.2세였지만 구서독에서는 79.5세로 격차가 2.3년이었다. 20여 년이 흘러 2009년에는 구동독 여성(82.6세)과 구서독 여성(82.8세) 사이 차이가 0.2세로 거의 없었다. 60세 기대여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대여명은 특정 시점에서 앞으로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을 말한다. 1993년 여성 기준 구동독은 기대여명이 20.7년, 구서독은 22.5년으로 격차가 1.8년 났다. 2011년에는 구동독이 24.8년, 구서독이 25년으로 격차가 0.2년으로 줄었다.
독일이 겪은 경험에 비추어 남·북한 역시 특정 질환 유병률이나 사망률, 기대수명 및 기대여명 등 전반적인 건강 수준 격차가 해소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교수는 “독일 사례는 통일 이후 남북주민들이 건강 형평성에 도달하려면 적어도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반도 상황에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동·서독은 통일 전 인구는 4배, 경제수준 격차는 약 3배였으나 남·북한은 인구가 2배, 경제 수준이 약 18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과거 서독 정부에서 지속해서 보건의료 지원을 한 것이 통일 독일 재건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었다”며 “국내에서도 통일 이전·이후 단계를 고려해 장기적인 보건의료분야 통일 전략을 수립하고 지속해서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