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은 22일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귀순 북한군 병사 건강상태 관련 2차 브리핑을 연 가운데 “환자의 인권을 가장 지키는 중요한 방법은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던졌다.
이는 그가 지난 15일 열린 브리핑에서 기생충 감염 등에 관해 언급한 것에 대해 일부 의료계와 정치계에서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일자 이를 의식해 발언을 한 것이라는 추측이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공개돼 인격 테러를 당했다”라면서 “귀순 병사는 인간의 정상성을 상실하고 말았다”라고 이 센터장을 겨냥해 비판 글을 올렸다.
이에 이 센터장은 “보호자에게 통상 환자 소견을 이야기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한다”라며 “만약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가 문제가 터지면 어찌 되겠느냐”라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자신이 환자를 데리고 이른바 ‘쇼’를 한다는 시선에 대해서도 석해균 선장의 수술 과정을 담은 프레젠테이션(PPT)을 준비해 반박했다. 그는 “전날 석 선장과 통화해 (상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리기 위해) 오늘 언론에 수술 과정을 공개하는 것을 허락받았다”라며 “의료진은 환자의 인권인 ‘생명 앞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변과 피가 튀기는 수술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 센터장은 국내 모 의료기관 관계자가 한 국회 보좌관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메시지에 따르면 ‘외상센터는 이국종 교수가 중증외상환자도 아닌 석 선장을 데리고 와 수술하는 멋진 쇼를 잘해서 국회 법안과 예산이 통과돼 설립될 수 있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센터장은 “의료계가 대한민국 정치권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라면서 “그런 분이 (나를) 사기꾼이라고 말하면,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과연 누구 말을 믿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중증외상 의료계의 현실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센터장은 “우리 의료진은 헬기 타고 출동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의 인권침해를 말하기 전에 중증외상센터 직원들도 인권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다”며 “언론인들이 (의료진들의 그런) 진정성을 다뤄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임우철 인턴기자 dncjf845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