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피신했다 돌아와...제발 여진 없기를"

수능예비소집 포항고 가보니

"시험장 변경 문자여부 꼭 확인"

유의사항 안내하는 담임교사들

노파심에 제자 사이 분주히 오가

다른 곳은 대부분 별도소집 없애

학부모들이 배치표 찍어가기도

수능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2시 포항고등학교 교사가 수험생 안내사항집을 들고 학생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신다은기자수능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2시 포항고등학교 교사가 수험생 안내사항집을 들고 학생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신다은기자


“지진 났다고 절대 혼자 퇴장하면 안 된다. 시험 전까지 시험장 바뀌는 문자 오는지 꼭 확인하고. 알았지?”

포항고등학교 3학년 4반 담임교사 도향숙(54)씨가 한 남학생에게 초콜릿을 쥐여주며 신신당부했다. 학교 차원에서 수험생 유의사항과 간단한 지진 대처 행동요령을 안내했지만 도 교사는 노파심에 제자들 사이를 분주히 오갔다. 약 40분의 예비소집이 끝나자 도 교사 주위로 몰려든 학생들이 하나둘 손을 내밀었다. 다양한 색깔의 패딩을 입은 남학생들은 손을 한데 모으고 외쳤다. “내일이면 끝이다, 파이팅!”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22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180개 시험장에서 수험생 예비소집이 열렸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22일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여자고등학교에서 예비소집에 참석한 수험생들이 지진 발생 시 대응요령을 익히고 있다.       /포항=연합뉴스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22일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여자고등학교에서 예비소집에 참석한 수험생들이 지진 발생 시 대응요령을 익히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사상 초유였던 자연재해로 인한 수능 연기의 원인이 됐던 포항 지역의 27개 고등학교도 이날 예비소집을 모두 무사히 마쳤다. 이날 포항고 예비소집에 모인 재학생, 졸업생, 교육청 접수 검정고시생 등 410명은 “제발 여진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한마음이 됐다. 이들은 예비소집 후 23일 입실 전까지 강한 여진이 발생하면 포항고가 아닌 경주공고로 가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 권은성(19)군은 “지난 15일 지진이 난 후 가족들과 함께 안동으로 피신했다가 다시 돌아왔다”며 “수능을 무사히 치르고 경북대 경영학과에 꼭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안지혁(19)군은 “솔직히 다른 지역에 비해 억울한 면도 많다”면서도 “제발 내일 여진 없이 수능을 무사히 치러 ‘인생역전’하고 싶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날의 예비소집은 포항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대부분의 학교가 시험실 배치표와 지진 대처 매뉴얼만 배포하고 별도 소집은 없앴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수험생들을 대신해 시험장에 붙어 있는 배치표를 휴대폰으로 찍어가기도 했다. 이화여고를 찾은 수험생 이모(18)양은 “지난 일주일이 지난 3년과도 같을 정도로 길게 느껴졌다”며 “초조하고 불안했지만 수능 연기가 성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포항=신다은·최성욱기자 downy@sedaily.com

신다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