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는 밥을 손으로 떠 먹는다. 인도에서 먹는 인디카 쌀은 찰기가 없어 우리가 흔히 먹는 자포니카 쌀로 지은 밥을 먹을 때처럼 숟가락을 사용하면 흘리기 쉽기 때문에 생긴 풍습이다. 세계 인구 70억명 중 절반이 넘는 사람이 아시아에 살고 있다. 당연히 각 나라마다 문화가 다를 수 밖에 없다. 21일 개막한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특별전 ‘맛있는 아시아, 밥·빵·국수’는 음식을 주제로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소개한다.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식문화를 주식, 조리도구, 향신료 등을 통해 엿봤다.
1부의 주제는 ‘밥’이다. 커다란 가마솥으로 구성된 공간을 들어가면 밥을 짓고 요리하고 밥상을 차리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나라마다 다른 쌀 소비량을 알아보기도 하고, 각 나라의 볶음밥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재료를 생쌀과 함께 볶는 볶음밥과 이미 지은 밥을 재료와 함께 볶는 볶음밥로 분류해 정리한 점이 흥미롭다.
2부 ‘국수’에서는 국수틀을 사용해 국수를 뽑아 볼 수 있다. 전시장 한편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취향을 선택하고, 이 취향을 반영해 자신에게 어울리는 국수를 소개해 준다. 인류의 영원한 난제, ‘짜장면’과 ‘짬뽕’ 중 하나를 고르며 시작하는 심리테스트와 비슷한 이 코너 역시 재미있다. 인도네시아의 미고랭, 태국의 팟타이, 베트남의 퍼보 등 다양한 아시아 국수들 중 한 국수가 선택되면, 그 국수의 조리법이 담긴 종이를 선물로 받게 된다.
3부 ‘빵’에서는 커다란 빵처럼 생긴 둥근 공간 속에서 아시아의 빵에 대해 체험할 수 있다. 모래와 비슷한 찰흙인 클레이모래를 통해 빵의 무늬를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이은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실제 차키치(우즈베키스탄의 떡, 빵 등 무늬를 만드는 틀)을 사용하면 날카로운 단면에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어, 플라스틱으로 만든 빵틀과 클레이모래를 이용한 방법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4부 ‘아시아의 부엌’에서는 아시아의 다양한 향신료와 양념, 음식을 먹는 그릇과 만드는 도구들이 소개된다. 5부 ‘모두의 식탁’은 어린이들이 펠트 재료 등을 사용해 나만의 아시아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누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아날로그 방식의 메이커 스페이스다.
전시의 마무리인 ‘엄마나라 음식을 소개합니다’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집에서 먹는 엄마 나라의 음식을 소개한다.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지에서 온 엄마를 둔 한국 어린이 12명이 영상을 통해 엄마가 만들어준 집밥을 보여주고 설명한다. 특히 이 어린이들은 개막식에 초청돼 필리핀 출신의 이자스민 전 국회의원의 사회로 ‘어린이 정상회담’에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201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다문화꾸러미 사업의 성과에 기반해 만들었다. 영상은 이주여성 네트워크인 ‘꿈드림학교’와 협력해 이뤄졌으며, 전시 안내 리플릿은 9개 언어로 번역됐다. 이은미 학예연구사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다문화가정의 부모가 자신의 언어로 이뤄진 리플릿을 보며 반가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019년 9월2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