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the right thing(올바른 일을 하라).’
구글은 지난 2015년 ‘알파벳’이라는 이름의 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이 같은 문구를 공식 모토(신조)로 정했다. 알파벳은 당시 “법을 따르고 명예롭게 행동하고 서로 존중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이 2004년부터 행동 강령의 첫 항목으로 꼽았던 ‘사악해지지 말라(Don’t be evil)’보다 더 강한 어조로 법령 준수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스마트폰 보유자 10명 중 7명이 사용하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올해 초부터 무려 11개월 동안 수시로 위치 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러한 행동 강령은 빛이 바래게 됐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의 휴대폰 위치정보 수집을 계기로 특정 기업이 정보를 독점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빅 브러더(big brother)’ 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위치정보법에 따르면 사용자 동의 없이 스마트폰 등의 위치 정보를 수집하면 형사 처분 대상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구글이 해외에 본사를 둔 법인이라는 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지만 국내 법을 원칙적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위치 정보가 광고 시장과 결합할 때 엄청난 폭발력이 있어 구글이 이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구글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안드로이드 페이’로 수집된 구매 관련 빅데이터에 위치 정보가 결합되면 특정 지역 방문 시 쿠폰 등을 제공하는 타깃 마케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맞춤형 광고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현재 1조2,0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건은 스마트폰 사용자 주의 여부를 떠나 구글이 무작위로 정보를 수집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우려스러운 사건”이라면서 “모든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실효성 있게 처벌 규정을 적용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무분별하게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자사 사업에 무단으로 사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이더하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신규 서비스가 쏟아질수록 이 같은 부작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빅브러더 우려에 대한 물꼬는 지난 2014년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전보장국(NS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텄다. 그는 구글이 가입자의 개인 정보를 미국 정보기관 등에 제공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충격을 던져줬다.
이뿐만 아니라 구글은 자사의 e메일 서비스인 ‘지메일(Gmail)’ 사용자의 개인 메일 내용을 엿본 사실도 밝혀져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구글은 2014년부터 서비스 약관을 수정해 사용자의 e메일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내용을 공지하기도 했다. 구글은 범죄 예방 등을 위해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분석한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감시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다시 한번 논란을 낳았다.
한국에서도 구글은 3년 전에 사진 지도 서비스인 ‘스트리트뷰’를 출시하며 국내 와이파이(Wi-Fi)망의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사업에 활용한 사실이 적발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억1,000만원의 제재를 받았다. 최근에는 구글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기반 스피커인 ‘구글 홈 미니’가 오작동으로 사용자 집 안에서 나온 대화를 무작위로 녹음한 사실이 밝혀졌다. 구글은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지자 문제의 녹음 기능을 삭제했다. 김 교수는 “구글이 앞으로 사용자 정보를 어떻게 보호하고 이를 지켜나갈지 구체적으로 밝히는 자정 노력이 있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도 이와 관련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