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당시 손쉬운 대출에다 업계 최저 수준의 대출 금리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던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단기간에 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고객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점포가 없어 고정비가 들지 않아 업계 최저 금리로 고객을 모은 뒤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갑자기 금리를 올려 받으면서 고객들도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가 지난 7월 3.25%에서 10월 3.75%로 0.5%포인트나 상승한 데 대해 금융권에서는 금리 상승기에 시장 금리가 올라간 것을 감안해도 지나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은 최대 0.1%포인트 올랐을 뿐이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업계 최고 수준인 1억5,000만원으로 확대하면서 직장인들이 너도나도 금리가 오르기 전에 대출을 받았지만 이 같은 추세로 금리가 상승하면 만기 상환 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인터넷은행의 행태가 손쉬운 ‘금리장사’로 이익을 내는 시중은행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조달금리 상승의 이유도 있지만 무점포 운영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그만큼 덜한데도 이를 금리 우대로 내놓기보다 기존 은행권 관행에 휩쓸려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에 손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구나 최소한의 인력과 운영비로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신용자에게 대출의 문호를 넓혀주라는 취지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9월부터 7~8등급 저신용자 대상 마이너스대출은 아예 없애버렸다. 특히 고신용자(1~2등급) 금리도 3.08%→3.49%로 석 달 만에 0.41%포인트나 인상했다.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금융채(3개월 또는 1년)에 연동되는데 상당수가 3개월 만에 금리가 변동되는 구조여서 초창기에 개설했던 소비자들의 대출 금리가 높아지며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출범 초기 흥행에 성공한 뒤 리스크 관리와 예대마진 확대에 나서면서 손쉽게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10월 말까지 약 3개월간 3조3,900억원의 개인 신용대출을 실행했는데 이 중 86.4%(금액 기준)가 마이너스통장이다.
이렇다 보니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시중은행과 금리나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이는 ‘메기 역할’을 포기하고 시중은행이 팔을 뻗치지 못하는 사각지대 대출 시장을 놓고 금리 장사에만 매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은산분리 규제완화가 늦어지면서 인터넷은행의 혁신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의 경우 인터넷은행을 이끌어갈 카카오와 KT 등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4%에 불과해 이들의 발언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핵심 주주들의 자본확충도 쉽지 않다 보니 대출을 임시 중단하는 등 궁여지책을 쓸 정도로 건전성 관리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리테일 사업 위주고 신용공여한도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기업의 사금고화는 발생하기 힘들다”면서 “일어나지도 않을 대기업의 사금고화 문제로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여당은 의견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원·황정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