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 특허 기반 스타트업 활성화 나서야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

<57>지식창업 지원 정책

지식재산이 기업 경쟁력 가늠

산학협력 목표 '제품화→특허'

변리사 공유 플랫폼 구축 필요

징벌적 배상제도 강화도 절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4차 산업혁명은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데이터 기반의 지능혁명이다. 지식 기반 스타트업의 왕성한 창업이 국가 과제인 이유다. 이제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결정적 요소는 토지도 건물도 설비도 아닌 지식이다. 실제로 숱한 벤처기업에서 수익을 내는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 간 차이는 지식재산의 차별성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지식 기반 스타트업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을 검토해보자.


스타트업은 크게 4개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아이디어를 기술화하는 악마의 강, 기술을 제품화하는 죽음의 계곡, 제품을 시장화하는 다윈의 바다 그리고 실패 후 재도전하는 재도전의 사막이 그것들이다. 이러한 단계별로 정책적 과제들을 도출해보기로 하자.

우선 아이디어 창업 단계인 악마의 강에서는 연구개발(R&D) 창업자금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차별화 요소인 특허출원 비용이 국가 R&D에서 기타비용으로 분류돼 서자 취급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창업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배제된 연구개발 지원정책은 시대 변화에 뒤처지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 정책이다. 특허는 이제 연구개발의 중심이 돼야 한다. 내년부터 시행될 특허바우처 제도가 초기 창업기업들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제품화 단계인 죽음의 계곡을 살펴보자. 산학협력 활성화는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는 모든 국가의 중심정책이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서 기업들이 학교의 제품과 개발 역량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치열한 기업에 비해 평화로운 대학이 제품화 개발에서 비교우위를 갖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에서 이 문제가 극복되기에는 대학 교수님들의 경력상 쉽지 않다. 그렇다면 생각을 달리해 대학과 기업이 특허 개발을 목표로 산학협력을 이룬다면 윈윈(win-win)의 결과가 기대되지 않겠는가. 연구개발 과제 자체를 특허를 위한 연구개발로 하자는 것이다. 제품화 과정에서 특허의 문제들이 드러나면 이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특허의 포트폴리오가 구축된다. 경우에 따라 외부 특허 매입 혹은 라이선싱이 필요해지고 이 또한 개방연구의 일부가 돼야 할 것이다. 특허를 바탕으로 사업화하는 경우 세제혜택을 주는 특허박스 제도는 유럽과 중국 등에서 널리 활용돼 지식재산 스타트업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벤치마킹 사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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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계에서 많은 스타트업은 대기업과의 인수합병(M&A) 협력 등을 위한 협상을 하게 된다. 문제는 국내에서 특허가 대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허침해에 대한 평균 보상 판결액이 8,000만원 선이고 승소 확률은 20% 수준에 불과하므로 특허 침해에 대한 페널티 기대값은 1,600만원 선이다. 결국 한국 내에서 사업할 경우 특허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징벌적 배상제 도입과 변리사의 특허소송 참여가 매우 절실한 이유다.

이제 글로벌 시장인 다윈의 바다에 진입하면 상황은 돌변한다. 특허의 장벽을 넘지 못하면 입장 자체가 불허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 장벽에 가로막혀 좌절된 벤처기업들의 사례가 너무나 많다. 이 단계에서 많은 스타트업들은 초기 특허 청구항의 부실함에 따른 피해를 절감하게 된다. 고품질의 국내외 특허변리사의 활용을 위한 대안으로 평판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경험 많은 액셀러레이터들은 이러한 변리사들을 알고 있다. 이들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이 아니라 회사를 팔 수도 있다. 글로벌 M&A가 바이오 산업 등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은 글로벌 유통 채널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M&A의 구매자 연결 공유가 중요한 시장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재산을 사업화하는 4차 산업혁명형 스타트업을 키우는 정책을 제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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