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세계적 오페라 가수(바리톤)인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가 22일 오랜 기간의 암 투병 끝에 향년 55세로 사망했다.
뇌종양과 싸워오던 흐보로스토프스키는 영국 런던 자택 인근 병원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의 런던 에이전트인 ‘21C 미디어 그룹’ 션 마이클 그로스 부사장은 이날 타스 통신에 “흐보로스토프스키가 오늘 오전 3시 20분 런던에서 숨졌음을 깊은 애도와 함께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흐보로스토프스키는 모두의 사랑을 받는 바리톤 오페라 가수였으며 훌륭한 남편, 아버지, 아들 그리고 친구였다. 그는 2년 반에 걸친 뇌종양과의 사투 끝에 숨졌다”고 전했다.
유족도 고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흐보로스토프스키가 2년 반 간의 뇌종양 투병 끝에 오늘 아침 가까운 사람들이 지키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확인했다.
지난 2015년 뇌종양 판정을 받은 흐보로스토프스키는 병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오페라 무대를 떠나 런던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거장 오페라 가수의 사망 소식에 네티즌들은 애도의 뜻을 쏟아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크렘린궁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유족과 팬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며 “흐보로스토프스키의 창작은 러시아뿐 아니라 세계 문화의 자산이었다”고 추모했다.
흐보로스토프스키는 토머스 햄슨, 브린 터펠과 더불어 ‘세계 3대 바리톤’으로 꼽힌다.
시베리아 도시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태어난 그는 현지 예술 학교에서 예카테리나 요펠을 사사했고, 크라스노야르스크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몬테로네 백작 역으로 데뷔했다.
이어 유럽과 미국 무대에도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국외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1989년 영국 카디프 BBC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영국 웨일스 출신으로 1등 후보로 꼽히던 브린 터펠을 제친 것은 음악계의 화제였다.
강력한 힘과 시적인 감수성을 모두 갖춘 목소리에 카리스마 넘치는 은발 외모로 ‘시베리아의 호랑이’, ‘은발의 백작’ 등의 별명을 얻으며 왕성히 활동하던 흐보로스토프스키는 2015년 6월 뇌종양 진단을 받은 사실을 공표해 세계 음악계에 충격을 던졌다.
하지만 이후로도 공연 활동은 완전히 중단하지 않았으며 올해 6월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 페스티벌에 참가해 ‘드미트리와 그의 친구들’주제의 콘서트를 여는 열정을 선보였다.
지난 9월엔 러시아 최고 훈장인 ’조국 공헌 훈장‘을 받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