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포항 지진 여파로 사상 초유의 수능 일주일 연기라는 악조건 속에 치러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정문 앞. 수험생들은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에도 대부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서울생활과학고 김민서(19)양은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것을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지금 긴장돼 아무 생각이 없지만 준비한 대로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정고시 출신인 박찬영(18)군은 “아직 나이가 어린 것도 있지만, 포항에서 그런 큰 일이 일어났으니 공평하게 하려면 (수능연기)는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평소 하던 대로 하면 그만이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엄마와 함께 고사장을 찾은 영신고 하문정(19) 양은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떨리지만 잘 봐서 어머니 마음을 기쁘게 만들고 싶다”고 웃었다. 반면 일부 학생은 수능 연기로 컨디션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선유고 김지혜(19)양은 “시험이 연기되면서 내 스스로 나태해지는 것 같았다”며 “긴장되고 컨디션도 썩 좋지 않은 거 같다”고 수능 연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아쉬워했다.
악조건 속에 수능 시험을 치르는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후배들은 이른 새벽부터 ‘수능 대박 기원’ ‘대학합격 너야 너’ ‘니 답이 정답’이라고 적힌 손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고사장에 들어서는 선배들을 응원했다. 영신고 1학년 강병재(17)군은 “선배들이 3년 동안 수능시험을 보기 위해 고생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선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영신고 2학년 정윤걸(18)군도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새벽 6시 30분부터 친구들과 나왔는데 첫 입실하는 선배에게 합격의 기운을 주지 못해 아쉽다”며 “지금부터는 놓치지 않고 선배들이 잘할 수 있도록 힘껏 응원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긴장된 표정이 역력한 수험생들은 후배들의 응원에 미소를 지으며 고사장 안으로 당찬 발걸음을 옮겼다.
수험생과 함께 나온 일부 학부모들은 고사장 문이 닫힌 후에도 고사장을 떠나지 못했다.
여의도여고 교문을 하염없이 보고 있던 박진기(53)씨는 “아이가 힘든 시험을 보러 들어가니 한편으로 대견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며 “내가 시험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으로 함께 응원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85개 시험지구, 1,180개 시험장에서 치러지는 이번 수능은 오전 8시40분 1교시 국어영역(08:40∼10:00), 2교시 수학(10:30∼12:10), 3교시 영어(13:10∼14:20), 4교시 한국사 ·탐구(14:50∼16:32), 5교시 제2외국어 ·한문(17:00∼17:40) 순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