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4분기 산업대출이 20조원 넘게 늘어난 가운데 부동산업 대출에만 10조원이 몰렸다. 저금리 여파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드는 현상이 이어졌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3·4분기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 잔액은 1,036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0조6,000억원 늘었다. 2011년 1·4분기(21조8,520억원) 이후 6년6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예금은행이 14조1,000억원, 수출입은행·저축은행·신협 등 비은행이 6조5,000억원 대출금을 늘렸다.
서비스업 대출이 14조4,000억원 늘어난 603조6,000억원을 기록해 전체 산업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이같은 증가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크다.
그중에서도 부동산업 대출만 석 달 사이 9조7,000억원 늘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7~9월 동안 전체 산업대출 증가액의 절반 가까이가 부동산으로 흘러간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임대업, 부동산 개발 공급업에서 자금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업에는 부동산 중개, 감정평가 같은 부동산 임대업과 택지개발, 건물분양, 도시개발 등 부동산 공급업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192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산업대출액의 18.6%를 부동산업이 차지하는 셈이다. 부동산업을 포함한 부동산·임대업 대출 잔액은 195조7,000억원으로 2008년 1·4분기 89조3,000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서비스업에서는 부동산업 외에도 도·소매,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도 대출이 4조1,000억원 늘어 비교적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영세한 자영업자가 늘어난 영향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제조업 대출 잔액이 3조9,000억원 늘어난 335조6,000억원, 건설업이 1조1,000억원 늘어난 4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제조업에서 금속가공제품·기계장비, 석유·화학·의약품·플라스틱 관련 업종은 대출이 늘어난 반면 기타운송장비는 1조원 줄었다. 구조조정 진행중인 조선업의 대출금 상환이 이어진 탓이다.
자금용도별로는 운전자금이 7조6천억원, 시설자금이 13조원 각각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