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과제 1호로 적폐청산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 이명박(MB) 정부, 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화는 후퇴하고 언론의 자유 또한 크게 후퇴했다는 것이 국제적인 평가다. 세계 언론자유지수는 지난 2007년 169개국 중 39위에서 2016년 180개국 중 70위로 하락했다. 민주주의 지수 또한 2008년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2016년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 국가가 됐지만 국민의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후퇴하고 말았다.
노무현 정부 때 권력기관으로부터 보고도 받지 않으며 민주주의 신장을 위해 애썼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과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MB·박근혜 정부는 국가권력기관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하고 국민을 감시하는 도구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공영방송 또한 권력의 입맛에 맞게 지배구조와 최고경영자(CEO)를 바꿔 언론을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시대착오적 행태를 보였다.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지 않게 권력기관과 언론을 활용한 결과 최순실 사태 같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을 겪고 말았다.
이러한 퇴행적 국가운영을 바로잡는 작업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시끄러움은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서는 결코 선진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일부 정파에서 이러한 과업을 정치보복이라 폄하하지만 이러한 아픔을 겪지 않고 우리가 과연 선진사회로 갈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어떤 정권이 들어오더라도 다시는 이러한 파행이 되풀이되지 못하게 제도 정비에 적폐청산의 무게를 뒀으면 한다. 사람에 대한 응징은 최소에 그쳤으면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고(故)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그를 가장 탄압했던 백인정부의 마지막 대통령이었던 프레데리크 빌렘 데클레르크를 부통령으로 임명해 화해와 통합의 참모습을 보여줬던 것처럼 우리도 용서와 화해를 통한 미래지향적인 청산작업으로 가기를 기대해본다.
특히 당시 그 자리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하위 공직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최고 권력자의 지시를 거절할 공무원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공무원 사회에서 번지고 있는 책임질 일을 하지 않는 복지부동의 분위기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역사의 퇴행이 되풀이되지 못하게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한 과거의 정리가 국민 화합의 전기를 마련해 민주주의가 꽃피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초석을 문재인 정부가 다져주기를 갈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