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항셍지수가 10년 만에 3만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아시아 시장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자산운용 업계가 앞다퉈 중국과 아세안 등 아시아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하고 있다. 올 한 해 공모펀드 전반의 높은 수익률에도 차익 실현으로 인해 환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금 유출을 막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삼성자산운용과 유진·키움·한화·DB·KB·KTB자산운용 등 7곳의 운용사가 중국 등 아시아시장에 투자하는 펀드 출시에 나섰다.
먼저 KB자산운용은 ‘KB 중국본토 골든 A주’ 펀드를 최근 출시했다. 이 상품은 중국본토 시장에 상장된 A주 주식 중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저평가 가치주 등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운용은 이미 ‘KB중국본토A주’와 ‘KB통중국 고배당’ ‘KB차이나A주’ 등 13개의 중국펀드를 갖고 있으며 이들은 연초 이후 평균 40.69%(22일 기준)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국 펀드 라인업을 보다 촘촘하게 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펀드 출시는 운용 업계 전반에서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기존 ‘삼성누버거버먼차이나’ 펀드를 환노출형으로 새로 출시했다. 이는 중국 관련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밖에도 DB자산운용은 중국본토A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DB차이나본토’ 펀드를, KTB자산운용은 중국·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주식에 투자하는 ‘KTB 중국1등주 분할매수 목표전환형 제1호’를 출시했다.
아시아 전역에 투자하는 펀드도 출시되고 있다. 이달 초 한화자산운용은 아세안 주식과 주식예탁증서(DR)에 주로 투자하는 ‘한화아세안레전드’ 펀드를 출시했다. 키움자산운용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업종 대표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키움아세안성장에이스’ 펀드를 출시했으며 유진자산운용은 한국과 중국·일본·인도·베트남 등 아시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로 투자하는 ‘유진챔피언아시아5-STAR목표전환형’ 펀드를 출시했다.
이 같은 출시 행렬은 아시아시장이 내년에도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 덕분으로 분석된다. 전날 홍콩 항셍지수는 지난 2007년 12월 이후 10년 만에 3만선을 돌파하며 3만3.49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이 밖에도 올 들어 인도네시아 IDX종합지수는 26.05%(22일 기준) 올랐으며 상하이종합지수(10.53%)와 말레이시아 KLCI지수(14.60%), 태국 SET지수(11.03%)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블랙록자산운용은 최근 “명목 성장과 임금·인플레이션의 상승으로 글로벌 경기의 리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고 실적 모멘텀과 국가·업종별 개혁 등을 뒷받침하는 견조한 에너지 가격 등이 지속되고 있다”며 “수익률이나 성장 속도가 지금과 다를 수 있겠지만 이러한 시장 요소들을 기반으로 아시아 증시는 추가 상승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높은 수익률에도 여전히 공모펀드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기 위한 방책으로도 풀이된다. 올 들어 신흥아시아와 아시아퍼시픽·중국·중화권 펀드는 각각 18.08%, 27.41%, 40.26%, 40.39%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음에도 총 4,054억원이 빠져나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 제도가 사라지는 내년부터는 해외주식형 펀드로의 추가 유입이 더욱 둔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올해 가장 많이 상승한 시장에 집중해 자금 유출을 조금이라도 막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