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노동법안 파열음]시한 한달 남았는데... 정부, 임금상승-제도개선 따로해 혼란 키워

■답 없는 최저임금 산입조정

재계 "중기는 물론 대기업도 비용부담 감내 어려워"

노동계 "임금 낮추려는 꼼수"거센 반발…갈등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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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내년도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촉발된 논란이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둘러싼 2라운드로 확대되고 있다. 재계는 현재의 산입범위(기본급+월고정수당)에 대한 조정 없이 임금을 인상하면 기업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연봉 4,000만원이 넘는 대기업 근로자까지 수혜를 받아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가중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여금이나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를 노리는 정부는 힘들게 올린 최저임금을 깎는 것과 다름없는 카드를 쓰기 곤란한데다 노동자 측이 ‘최저임금을 어떻게든 낮추려는 꼼수’라고 맞서고 있어 제도개선 시한인 연말까지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상여금 이외 교통·중식비 등도 포함시켜야= 최저임금에는 기본급과 고정수당만이 포함돼 있다. 비정기적인 상여금이나 숙식비 등은 별도로 친다. 미국이 숙식비를 포함시키고 있고 영국과 아일랜드, 프랑스 등이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넣고 있다. 이들 나라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폭넓게 잡고 있는 것은 전반적인 흐름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는 먼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근로자가 실제 지급받는 임금 총액’ 기준으로 현실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복리후생수당 및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자고 건의했다. 다만 초과근로수당은 법정근로시간 이상으로 근로한 대가이므로 산입범위에서 제외하면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기업은 임금총액을 보전하고 임금항목을 단순화하면서 복리후생수당 및 상여금을 ‘기본급+월 고정수당’에 통폐합하자는 건의도 했다.

산입범위를 넓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임금구조의 왜곡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현재의 구조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정책 목표인 저소득층보다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높일 수 있다. 경영자총연합회 조사에서는 A사의 경우 신입직원 연봉이 올해 3,490만원에서 내년 4,670만원으로 33.8% 오르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전체 연봉에서 최저임금에 반영되는 수당이 1,890만원에 불과해서다. 이러다 보니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는 물론 중소기업에 대기업까지 비용 부담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도 지난 국정감사에서 사견을 전제로 “정기상여금과 고정적인 교통비·중식비 등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도 “최저임금에 상여금·식대 등 복리후생 수당이 포함되도록 최저임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정부 측도 제도 개선에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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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낮추려는 꼼수”…동의 않는 정부 여당과 노동계=재계의 지적과 모순점에도 불구하고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현 정부가 산입체계까지 한 번에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지원대책으로 3조원 규모 일자리안정자금까지 만드는 무리수를 둬온 마당에 실질임금 인상 효과를 반감시키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기존 정책 방향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임금 인상을 되돌리려는 꼼수”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상의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장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근로자가 실제 받는 임금 총액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최저임금 상승과 제도개선 논의를 별도로 하며 정부가 업계의 갈등과 논란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입조정 안 될 경우 “무인편의점 확대로 대응”=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7월 GS25가 연 750억원 규모의 점주지원대책을 내놓았지만 BGF리테일의 CU, 세븐일레븐 등 다른 편의점 회사들은 여력 부족에 아직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치킨·커피 등 프랜차이즈 업계의 충격도 비슷하다. 롯데리아는 운영 중인 7개 프랜차이즈 직영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100억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 산입내용을 조정하지 않으면 점포를 줄이거나 무인점포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유통업계는 밝히고 있다. 실제 5월 세븐일레븐이 잠실롯데월드타워 31층에 시그니처를 배치한 것을 비롯해 이마트24도 6월부터 전주 교대점, 서울조선호텔점, 서울 성수백영점, 장안메트로를 각각 무인편의점으로 내놓았다. GS25도 최근 KT와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 무인편의점 구성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세종=임진혁기자, 윤경환·강도원기자 liberal@sedaily.com

세종=임진혁·윤경환·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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