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밤샘 줄 사라진 블랙프라이데이가 던지는 메시지

미국 연말 쇼핑시즌 풍속도가 확 바뀌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로 이어지는 쇼핑시즌이 시작됐지만 가전매장이나 할인점 앞의 밤샘 줄서기 풍경은 거의 사라졌다. 예년 같으면 며칠 전부터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기다리다 매장문이 열리기 무섭게 제품을 사는 소비자들이 많았으나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이렇게 상황이 변한 것은 모바일 유통혁명 때문이다. 이제는 블랙프라이데이가 그저 모든 것을 온라인에서 살 수 있는 많은 날 중 하나일 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니 격세지감이다. 온라인쇼핑에 밀려 가전제품 전문매장인 베스트바이 등 오프라인 매장은 벌써 줄폐업하고 있다. 올해 문을 닫은 유통업체가 7,000여개에 달할 정도다. 이에 비해 올해 온라인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08조원)를 넘어설 만큼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의류할인매장 올드네이비 등 대형유통사들은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퍼스트’ 전략으로 갈아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하루 거래액이 1,680억위안(약 28조3,100억원)에 달했던 11일 중국 광군제는 온라인쇼핑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당시 알리바바는 패션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을 동원하고 통합형 매장 등 다양한 유통실험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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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속화하는 유통혁명에 뒤처진 우리 현실은 걱정스럽다. 특히 골목상권 보호 운운하며 대형마트·쇼핑몰을 때려잡겠다고 나서는 정부를 보면 안타깝다. 세상은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는데 오프라인에만 매달려 있으니 모바일유통 활성화는 아예 포기한 것 같다. 미국에서 보듯 모바일 시대에 오프라인 유통매장은 경쟁력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정부가 대형마트·쇼핑몰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말고와는 상관없이 결국 생존은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거대한 물결은 외면한 채 지금처럼 골목상권과 대형마트·쇼핑몰 대결구도에만 집착한다면 한국은 구경꾼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시시콜콜한 간섭을 중단하고 모바일쇼핑혁명을 따라잡을 정책부터 고민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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