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영국과 신형 공대공미사일(AAM) 공동개발에 나선다. 일본이 동맹국인 미국 이외의 국가와 공격형 군사장비를 공동개발하는 것은 처음으로 무기를 매개로 군사·외교적 영향력을 높이려는 시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과 영국 정부는 다음달 14일 영국 런던에서 외교·국방장관 회담(2+2회담)을 열어 AAM 공동개발에 착수하겠다는 공동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AAM은 일본 자위대 전투기인 F35 등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오는 2018년부터 AAM 시험제작을 시작해 2023년 양산 여부를 판단하고 2020년대 후반 실전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4년 ‘방위장비이전 3원칙’을 만들어 무기 수출을 전면 금지한 원칙을 47년 만에 파기했다. 평화 공헌과 일본 안보에 기여하는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무기 수출의 빗장을 푼 것이다. 하지만 아직 동맹국인 미국을 제외하고는 군사 관련 장비를 수출하거나 공동개발해 양산한 사례는 없었다.
이번 AAM 공동개발 성사는 일본이 미국 일변도의 외교·안보전략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강국’의 이점을 살린 군사 프로젝트를 매개로 준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해나가는 접근을 시작한 것이다. 유럽연합(EU) 탈퇴로 외교적 고립을 우려하는 영국도 일본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무기 개발을 지렛대로 한 외교정책에 대한 한국·중국 등 주변국들의 경계강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방위성 방위연구소장을 지낸 야나기사와 교지 전 관방 부장관보는 “군사장비 수출과 공동개발로 영향력을 넓히려는 대국외교에 일본이 익숙한가”라며 “지금까지 해온대로 핵 폐기와 인도주의를 호소해 국제적 신뢰를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