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매장인 베스트바이 매장 앞에서 밤을 지새우다 문이 열리자마자 정신없이 파격 할인가를 찾아 돌진하는 인파들. 치열한 몸싸움 끝에 양손에 초대형 TV와 컴퓨터를 쟁취한 뒤 피곤함도 잊은 채 환하게 웃는 얼굴들.
미국 최대 쇼핑 이벤트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라고 하면 생각나는 풍경이지만 이제는 이런 광경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블랙 프라이데이의 풍경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마존을 필두로 한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로 매장 문 앞 대신 컴퓨터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블랙 프라이데이에 이뤄지는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을 앞서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미소매업협회(NRF)가 지난 14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말 쇼핑시즌을 보낼 장소로 ‘온라인’을 꼽은 소비자가 전체의 59%로 ‘백화점’이라는 대답(57%)을 앞섰다. 온라인이 오프라인 매장을 앞선 건 NRF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더구나 오프라인 매장들이 온라인의 공습에 맞서 할인 기간을 늘리고 있어 소비자들이 더 이상 블랙 프라이데이 당일을 기다려야 할 이유도 줄어들고 있다. 타깃·베스트바이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블랙 프라이데이가 아닌 추수감사절 당일에도 문을 열었으며 아예 11월 초부터 할인 품목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매장들도 많았다.
다만 유통가의 블랙 프라이데이 특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연말 쇼핑 시즌의 온·오프라인 총 판매액은 미 소비심리 회복의 바람을 타고 사상 최대인 6,8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 할인행사인 광군제와 미국 내 길어진 할인 기간이 맞물리며 지구촌 전체가 11월 쇼핑 열기로 들썩거린다는 뜻에서 ‘블랙 노벰버(Black November)’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