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들이 ‘노동이사제를 민간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에는 ‘재벌개혁’ 요구가 자리한다. 이들은 재벌 대기업을 ‘노동자를 착취해 자기 호주머니를 채우고 정경유착을 일삼은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기업 경영을 감시하고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이 같은 적폐를 청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민주노총은 26일 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재벌개혁’을 다시 끄집어내면서 여론몰이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한국 재벌은 양극화는 물론 이번 국정농단 주범 중 하나”라면서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재벌개혁 의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통질문 가운데 하나로 재벌개혁 방향과 전략을 물으면서 재벌개혁 공론화에 다시 불을 지폈다. 현 정권이 잇달아 친노(親勞)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벌개혁에는 미흡하다는 주장이 이면에 깔려 있다.
각 후보자는 재벌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강력히 동의하면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통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조상수 후보는 “정부가 법만 제대로 적용했어도 한국 사회에서 재벌은 사라졌을 것”이라며 “경영에 있어 엄격한 감시와 법 적용을 위해서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를 기업집단에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해모 후보 측 유완형 사무총장 후보는 “독일을 비롯해 덴마크와 핀란드 등 선진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노동이사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노동자와 자본이 서로 협심해 기업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한국에서도 이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후보는 ‘일감 몰아주기’와 ‘임금 양극화’ ‘정경유착’ 등을 재벌이 초래한 적폐 사례로 꼽으면서 재벌 대기업에 대한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호동 후보는 “재벌은 부의 편법·탈법·불법 승계가 이어져온 적폐이며 정경유착을 통해 재구조화하고 강화됐다”면서 “민주노총이 노동자 중심의 재벌개혁을 이룰 수 있도록 정책적 대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김명환 후보는 “재벌 대기업은 일감 몰아주기로 순식간에 조 단위 재산을 만들어낸다”며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해 노동현장에 민주주의와 인권이 살아 숨 쉬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재벌개혁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지만 사회적 대화 복귀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를 드러내며 공방을 벌였다. 윤 후보는 노사정위원회 즉각 복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다른 후보들은 한상균 위원장 석방과 전교조 합법화 등 선결 조건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노동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 의제를 선점하면서 대화에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많은 현장 조합원들도 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며 위원장이 되면 즉각 노사정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명환 후보는 대통령과 노사 대표 4인, 정부 대표 2인, 국회 대표로 구성된 ‘신(新)8자회의’ 구성을 제안하면서 “정부의 진정성이 문제로 먼저 한 위원장 석방과 전교조 합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는 노사정위원회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규정하면서 사회적 대화 복귀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민주노총 직선제 1차 투표는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다음달 14~20일 결선투표로 최종 당선자를 확정한다.
/이두형·신다은기자 mcdj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