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댄스 수업·인문학 강좌·백스테이지 투어… 진화화는 공연 GV

다양한 참여로 관객 접점 늘려

공연 사전 홍보 효과도 '톡톡'

지난 25일 서울 강남 무지크바움에서 열린 국립현대무용단 오픈업 프로젝트 강좌에서 참가자들이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의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지난 25일 서울 강남 무지크바움에서 열린 국립현대무용단 오픈업 프로젝트 강좌에서 참가자들이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의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비가 억수 같이 쏟아졌던 지난 25일 서울 강남의 문화공간 ‘무지크바움’에 20대부터 50~60대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 28명이 모여들었다. 다음 달 국립현대무용단이 공연하는 ‘투오넬라의 백조’ 개막을 앞두고 진행된 관객 참여 프로그램 ‘오픈업 프로젝트-시벨리우스 음악 감상회’ 참가자들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무용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으로 유형종 음악·무용 칼럼니스트의 강의를 들으며 ‘투오넬라의 백조’의 배경 음악이자 세계적인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의 대표적 교향시인 ‘네 개의 전설’ 속 명곡을 감상했다.


이날 강의를 들은 김도양(47) 씨는 “평소 무용 공연을 즐겨보지 않았고 공연을 보더라도 음악을 주의 깊게 들었던 적은 없었다”며 “현대무용을 접하기 전 음악을 공부해보면 좋을 것 같아 신청했는데 강의를 듣고 나니 작품이 다시 보인다”며 웃었다.

무용, 오페라부터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 장르에서 관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마련하는 GV(guest visit·관객 참여 프로그램)가 진화하고 있다. 보통 공연 GV가 공연 관람 후 연출이나 드라마투르그, 주요 배우들과 공연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 형식에 그쳤다면 최근의 GV는 뮤지컬 발성, 무용 안무 등을 배우거나 무대 뒤편 분장실이나 대기실 등을 둘러보는 백스테이지 투어, 인문학 강좌, 토크 콘서트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오픈 업 프로젝트’를 시작한 국립현대무용단의 경우 보통 공연 한 편의 개막을 앞두고 10회 안팎의 GV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은 “유럽의 극장들은 연중 내내 일반인들을 위한 강좌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극장의 문턱을 낮춘다”며 “문화생활의 일부로 공연장을 찾던 관객들은 별도의 홍보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연 티켓을 구입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는데 올 들어 국립현대무용단 공연 대부분이 매진 행진을 이어온 이유 중 하나도 관객 문턱을 낮춘 오픈업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서편제’의 GV 프로그램에 참가한 관객들이 소리와 북 장단을 배우고 있다. /사진제공=CJ E&M뮤지컬 ‘서편제’의 GV 프로그램에 참가한 관객들이 소리와 북 장단을 배우고 있다. /사진제공=CJ E&M



무용이나 오페라 보다 대중화된 예술 장르인 뮤지컬의 경우 3~4년 전부터 공연 개막과 함께 파티, 강좌, 콘서트 형식의 GV를 겸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오는 28일 초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아예 스페셜 GV 티켓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원작인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고 아드리안 오스몬드 연출과 햄릿 역의 배우 고은성이 관객들과 만나 창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으로 공연 못지않게 인기다. 앞서 뮤지컬 ‘시카고’, 뮤지컬 ‘킹키부츠’ 등 화려한 쇼뮤지컬들이 클럽 파티 형식의 GV를 마련, 관객 참여를 유도했고 지난 10월 폐막한 뮤지컬 ‘서편제’는 추석 연휴 가족들을 위해 배우와 고수가 진행하는 타악 클래스를 마련, 극 중 소개되는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의 장단과 노래를 배워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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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소설을 뮤지컬로 활발하게 제작했던 일본에서는 타 장르 마니아가 자연스럽게 뮤지컬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GV를 선보이고 있다. 영화 시사회나 북 콘서트를 겸하며 책이나 영화 등으로 작품을 접한 이들을 GV에 참여시켜 잠재적 관객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원스’ 초연 당시 영화 시사회와 음악 감상회를 통해 관객과의 접점을 늘리기도 했다.

공연 개막 전 준비 과정을 공개하며 관객 친밀도를 높이기도 한다. 오는 28일 개막을 앞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지난달 연습실 공개 프로그램인 ‘쇼앤텔’을 통해 이벤트 응모자들을 초청, 주요 넘버와 배우들을 소개하고 공연 준비 과정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공연기획사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요즘의 관객들은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수준을 넘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원한다”며 “GV를 통해 관객과 공연의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려는 다양한 기법들이 공연 시장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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