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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 정영주 “아픈 자식을 둔 엄마는 언제나 을(乙)”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정영주는 보는 이들의 울화를 터뜨리는 최고의 ‘갑질 엄마’였다.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서 힘없는 동급생을 괴롭힘에도 이를 혼내기는커녕 도리어 앞장서서 피해학생에게 없는 죄까지 뒤집어씌우고 큰 소리 치는 주길연은 ‘밉상 그 자체’였다.

실제로 정영주는 극중 주길연의 아들 황정욱(신동우 분)과 비슷한 또래인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엄마이기도 했다. 아들이 ‘부암동 복수자들’을 보고 어떤 반응을 했냐고 물어보았더니 정영주는 “딱히 큰 관심은 없어 보였다. ‘엄마 어땠어?’라고 물어보면 ‘재밌었어’ ‘잘 했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 사진=지수진기자/ 사진=지수진기자


“우리 아들은 엄마의 연기를 지지해주는 스타일이어서, 제 연기에 대해 가타부타 말은 잘 안 해요. 다만 그런 건 있더라고요. 극중 ‘어디 눈을 아래위로 부라려’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걸 듣자마자 ‘저거 엄마가 만든 대사지? 딱 엄마 말투야’이러더라고요. 예전에 제가 아들을 혼낼 때 그렇게 말을 했나보더라고요. 그리고 아들이 집에서 대본을 같이 많이 읽어줬어요. 대사를 외울 때마다 상대역할을 다 해주다보니 저절로 대사를 외웠나보더라고요. 눈썰미가 있는지 애드리브라든지 이런 것들을 잘 알아채더라고요.(웃음)”

정영주는 아들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친구같은 모자’라고 정의했다. 예전에는 혼내기도 많이 혼내고 했지만, 아들이 성장함에 따라 화를 내기 보다는 대화로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것도 대화할 수 있을까 싶은 것까지 저희 모자는 이야기를 나눠요. 이를 테면 성에 관한 것이 될 수도 있고, 아들이 궁금해 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많이 말을 하죠. 좋아하는 취향도 비슷해요. 아들이 걸그룹을 잘 모르는 대신, 음악적인 소견이 저와 비슷해서 롤링스톤이라든지 그런 음악을 듣더라고요. 제가 철이 없는 건지, 아니면 아들이 조숙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아들과 세대 차이를 모르겠어요. (웃음)

극중에서 갑질을 연기했지만 실제로는 갑이 아닌 을이었을 때가 더 많았다고 말한 정영주는 자신이 더욱 을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아들을 꼽았다. 남들과 조금은 남다른, 아픈 자식을 둔 엄마로서 늘 사과하고 숙이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사진=지수진기자/ 사진=지수진기자


“저희 아들이 일찍 아팠어요, ADHD라고. 심리상담도 하고 약도 먹고 그랬는데, 결과가 좋아지지 보다는 더욱 말썽쟁이가 돼서 사람들의 지적을 받고, 대책을 강구해야겠다 싶어서 여러 가지로 노력을 많이 했었죠. 심리상담과 약물치료를 반복하면서 둘이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사실 처음에는 대화가 잘 안 됐어요. 그나마 주제가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괜찮았는데, 생활 대화가 쉽지 않더라고요. 생활 패턴도 썩 건강하지 않고, 정리정돈도 마찬가지였고, 시간개념도 없고. 1년 가까이 아들의 옆에 붙어서 대화를 하면서 노력을 많이 했었어요.”

아들의 변화를 위해 같이 시간을 보냈던 정영주는 도리어 부모인 자신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생각과 인식을 바꾸었더니 아들 또한 변화됐다는 것이었다.

“아들에게 하는 제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아들도 바뀌지 않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아들을 친구에게 하는 것처럼 하기 시작했어요. 이를 테면 그런 거죠. 오늘 안 하면 죽나, 직접 어지르면 어때, 당장 안 치우면 또 어때. 제 생각이 바뀌도 행동이 달라지니 신기한 것이 아이의 리액션도 달라지더라고요. 예전에는 ‘이건 무조건 해야 해’라고 했다면 요즘은 ‘힘든 건 알겠는데, 그래도 이건 기본으로 해야 하는 거야. 한 번 해보도록 하자’고 하는 거죠. 그럼 ‘그걸 내가 왜 해야 하는데!’라고 화부터 냈던 아들이 이제는 ‘알았어 한 번 해볼게’라는 말을 하는 거죠. 물론 말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그대로 실천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말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어요. 15년 만에 온 평화이자,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상받는 느낌이었죠. 불과 1년 밖에 안 됐는데, 그 1년 동안 정돈이 된 거 같아서 기뻐요. 심지어 요즘에는 아들에 대한 칭찬이 들려올 때가 있는데, 놀랍기도 하고, 그저 감사하고 좋아요.”


아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정영주의 모습은 아이로 인해 힘들었지만 또 그만큼 힘을 얻는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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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지수진기자/ 사진=지수진기자


“아이에게 쓰는 말투 하나만 바뀌어도 아들이 바뀌더라고요. 직접 체험을 했더니 놀라웠어요. 사실 저희 아이가 심한 욕을 달고 살았어요. 진짜 악의를 가지고 욕을 했다기 보다는, 제딴에는 그렇게 해야 애들과 대화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더라고요. 욕을 어디서 배웠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동네 형들과 놀다가 꽂혀서 그런 것 같은데, 고치는 방법이 따로 없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하지 마라’ ‘나쁜 말이다’ 했는데, 아들과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은 후부터는 아들과 이야기를 할 때면 저도 같이 욕을 했죠.(웃음) 물론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이 기분 나쁠만한 욕을 할 때는 알려주고요. 그랬더니 어느 순간부터 욕이 조금씩 줄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은 은어, 속어 정도만 사용하고 있어요. 모르겠어요. 친구랑 이야기 할 때 욕이 나올 수도 있겠죠. 그런데 친구의 통화나 대화까지 엿듣고 싶지도 않고, 또 그에 대한 지적을 하는 건 지나친 간섭인 것 같아서, 거기까지는 신경 쓰지 않고 있어요.”

아들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였기에 정영주는 ‘부암동 복수자들’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고 털어놓았다. 그와 동시에 정영주는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가장 감동을 받았던 대사로 극중 정혜의 “저 아이(수겸)가 태어난 것이 저 아이의 잘못이 아니잖아요”를 꼽았다.

“‘아이에게 어른의 짐을 지우지 말라’…어른들이 잘못한 것이지 아이는 잘못이 없어요. 부모나 자식은 서로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어요. 그런데 그런 것으로 평생 욕먹는 삶은 얼마나 불행하겠어요. 이와 같은 부분에서 욕을 먹으며 살아가는 불행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고, 그래서 저는 정혜의 그 대사가 정말 좋았어요.”

/ 사진=지수진기자/ 사진=지수진기자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다른 복수 대상들의 후일담은 나왔지만, 애석하게 주길연의 후일담은 그려지지 않았다. ‘복수를 당하고 1년이 지난 뒤 주길연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질문에 정영주는 “주길연이 아바타 노릇을 잠시 하지 않았느냐. 그때 복자클럽과 조금 친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복자클럽이 될 수는 없지만 끄트머리 준회원 정도 되지는 않을까 싶다. 살갑게 될 수는 없어도 적당한 타이밍과 용도에 이용당해주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소소하지만 할 말은 하는 복자클럽의 복수는 안방극장을 열광케 했다. 정영주에게 혹시라도 복자클럽에 복수를 의뢰하고 싶은 대상이나 ‘갑’이 있느냐는 질문에 “감사하게도 없다”고 답했다.

“그럭저럭 소소한 복수를 잘 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애써도 (복수가) 안 될 대상이 있어요. 그럴 때는 기도를 했던 거 같아요. 사실 복수를 하고 싶었던 특정 대상이 있었다고 하기 보다는, 아들이 학교의 요주인물이 되다보니 때로는 억울한 상황도 생기더라고요. 조금만 이해해 주면 좋을 부분도 한 번 눈에 찍히니…너무 상처받았던 것은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께서 극한 표현을 쓸 때가 있었어요. 그 때는 정말 부글부글 해서 ‘운전할 때 타이어 펑크나 나라’고 속으로 욕한 적인 있었죠.(웃음) 그 외에는 살면서 딱히 복수하고 싶은 대상은 없었던 것 같다.”

2017년을 바쁘게 달려온 정영주는 2018년 1월까지 뮤지컬 ‘레베카’ 지방공연과 약속된 스케줄을 수행하며 연말을 정리할 예정이다.

“2017년은 바쁘게 즐겁게 열심히 뛰다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한 해가 됐어요. 바쁘고 배고파도 행복하고 의미가 깊은 한 해를 보낸 만큼 앞으로 다가올 2018년에도 무대와 TV에서도 만날 수 있도록 열심히 뛰도록 더욱 노력할 생각입니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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