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금리인상 전망에...채권형펀드 설정액 100조 붕괴

개인투자자 매일 1,000억 환매

3개월 수익률도 마이너스 기록

기준금리 내년에 2회 인상 예상

단기채 등으로 분산투자 바람직



채권형 펀드 설정액이 18개월 만에 100조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한국은행이 이달 말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매일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환매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기준금리가 내년에 두 차례 정도 인상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채권 대신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 23일 기준 99조8,578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6월2일 100조원을 돌파한 후 규모가 계속 커졌다. 국내 증시가 박스피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데다 미국 금리가 동결 분위기로 흐른 영향이 컸다. 하지만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고 고공행진을 시작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은 위험자산으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달부터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요 투자처인 코스닥도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주일간 코스닥 지수가 790~800선을 넘나들면서 14일부터 100조6,474억원이던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8거래일 만에 약 7,896억원이 줄었다. 매일 1,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이탈한 셈이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익률도 낮아진다.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에 예상치 못하게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를 내세우면서 수익률 악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형 펀드는 대체로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기대로 투자하지만 이 같은 환매 현상 때문에 최근 3개월 수익률은 오히려 마이너스(-0.07%)로 돌아섰다. 개별 상품의 경우 최근 3개월간 모든 종목의 수익률이 1%를 밑돌았으며 상장지수펀드(ETF)인 ‘키움KOSEF10년국고채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은 연초 이후 성과가 -4.5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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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주식·부동산 등 위험자산으로 흘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자금 이탈 우려가 컸던 주식형 펀드에는 최근 1개월간 1조3,200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왔으며 해외부동산 펀드에도 3개월간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이달 말 금통위에서 6년여 만에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까지 2회가 예상되며 11월 말 금통위에서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2017년 성장률은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3% 초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전망을 감안하면 한국의 장기 중립금리는 대략 2%대 중반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동안 채권보다는 위험자산으로 자금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든 자산을 위험자산에 투입하기보다는 분산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증시가 많이 오른 만큼 단기채 펀드 등으로 위험 관리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3개월간 자금이 1,000억원 이상 유입된 펀드는 모두 단기채 펀드다. 국내 채권형 펀드의 전체 유형 중 초단기채권형은 유일하게 최근 1개월·3개월 수익률이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으며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된 펀드도 모두 단기채 펀드다. 국내 증권사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배당주 등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는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를 일정 비율로 분산하는 혼합형 투자를 권한다”며 “단기채 펀드는 만기가 빨리 돌아와 이자 수익을 얻기 때문에 채권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평가 손실의 우려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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