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슈&스토리]'완충까지 1시간 →12분'...삼성전자, 배터리 충전 신기원 열다

■삼성, 반도체 이어 배터리 왕국으로

꿈의 '그래핀 볼' 활용 용량 45% ↑

충전속도 5배 빨라...5년내 양산

'전기차 주행 한계' 획기적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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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팝콘처럼 3차원 구조로 합성하며 개발에 성공한 소재 ‘그래핀 볼’ 확대 모습. 그래핀 볼 적용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충전 시간·용량·안정성 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가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팝콘처럼 3차원 구조로 합성하며 개발에 성공한 소재 ‘그래핀 볼’ 확대 모습. 그래핀 볼 적용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충전 시간·용량·안정성 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이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에서도 전 세계 시장을 뒤흔들 만한 혁신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활용, 기존 배터리의 용량을 45% 높이고 충전 속도는 5배 이상 빠르게 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든 것이다.

개발에 성공한 소재는 ‘그래핀 볼’. 이것을 배터리에 적용할 경우 1시간가량 걸리던 배터리 완전 충전이 12분으로 줄어든다. 이르면 5년 이내에 그래핀 볼 적용 배터리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돼 느린 배터리 충전 속도 등의 이유로 인기가 떨어지던 전기차 이용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삼성SDI(006400),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최장욱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로 배터리 소재 ‘그래핀 볼’ 개발에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그래핀이란 흑연에서 벗겨낸 얇은 탄소 원자막으로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실리콘보다 140배 이상 전자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 물리·화학적 안정도가 높아 배터리·디스플레이 등에서 신소재로 각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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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그래핀을 배터리에 적용할 방법을 찾아냈다. 저렴한 실리카(SiO2·규소와 산소의 화학적 결합체)를 이용해 2차원인 그래핀을 마치 팝콘 같은 3차원 입체 형태로 대량 합성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한 것이다. 이 ‘그래핀 볼’을 대중화된 리튬이온전지의 양극 보호막과 음극 소재로 활용했더니 충전용량이 늘어나고 충전시간은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지 양극에 여러 화학물질이 사용되는데 이 화학물질들을 잘 코팅해야 안정성이 높아진다”며 “그래핀이 2차원일 때는 코팅 시 잘 안 달라붙었는데 3차원으로 코팅하자 잘 달라붙어 코팅이 정밀하게 이뤄졌고 안정성까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존 배터리는 고속 충전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완전 충전에 1시간 가까이 걸렸고 배터리 내부 온도가 45도를 넘으면 폭발 위험이 컸다. 하지만 그래핀 볼 소재 적용 배터리는 12분이면 완전 충전할 수 있다. 또 전기차용 배터리가 요구하는 온도 안전 기준인 60도까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용량이나 충전 속도를 높이는 것은 한 집에 수용 가능한 사람 수를 늘리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최대 수용 가능 인원이 4명인 집에 한꺼번에 20명이 오가게 하려면 집 구조를 보완할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그래핀 볼 개발은 배터리 구조를 보완하는 합성 및 코팅 기술로서 의미가 있고 완제품 양산까지는 5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한 연구 성과는 최근 저명한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그래핀 볼을 이용한 고속충전 및 고용량 리튬이온전지 구현’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도 그래핀 볼 관련 기술에 대해 미국·한국에 총 2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논문 제 1저자인 손인혁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다기능 고결정 그래핀 복합 소재를 값싸게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리튬이온전지의 여러 특성을 크게 향상시켰다”며 “최근 급격히 성장하는 모바일 기기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맞춰 2차전지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혁신 배터리 소재 개발에 나선 것은 리튬이온전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리튬이온전지는 1991년 최초 상용화 이후 모바일 기기와 전기차 등으로 적용이 확대되며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나 성능 개선은 한계에 이르렀다. 용량 증가가 쉽지 않고 충전 시간은 여전히 1시간 이상이 걸린다. 현재 리튬이온전지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SDI는 올 초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7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20분 급속 충전 기술을 접목한 ‘고에너지밀도 600㎞ 주행 배터리 셀’을 공개했다. 완전 충전으로 60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용 리튬이온전지 배터리를 개발한 것으로 20분 급속 충전만으로 배터리 용량의 80%를 채울 수 있어 500km 주행이 가능하다. 전기차의 주행거리 한계와 운전자의 불안감을 한번에 해소할 수 있는 제품으로 2021년부터 양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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