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차기 은행연합회장 김태영 인터뷰] "필요할 때 목소리 내고 은행권 대변자 역할 다하겠다"

‘올드보이 관료 독식’ 비판 커지자

정부, 민간 출신으로 급선회한 듯

"경험 풍부” “부산 라인” 평가 갈려

민간협회장 관료 배제되나 촉각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부산 출신인 김태영(64)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가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전화 인터뷰에서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내고 은행권의 대변자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김 내정자는 금융당국과의 가교 역할에 대해서는 “(은행권과 정부 사이에서) 조율하는 소임을 다할 것이며 이를 위해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부산 출신인 김 전 신용대표가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된 것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강하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권 인사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부금회(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 인맥이 다시 한 번 발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내정자는 이번 깜짝 인선에 대해 “후보자에 올랐다는 얘기를 듣고 웃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앞장서서 뛰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임기는 3년으로 하영구 현 회장 임기는 이달 말 끝난다. 연합회는 29일 사원총회를 통해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1953년생인 김 내정자는 부산 출신으로 영남상고와 명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경기지역본부 은행사업 본부장, 금융기획부장, 기획실장, 농협 신용부문 대표를 거친 뒤 2013년부터 2014년 말까지 농협은행장 및 농협 부회장을 역임했다. 농협에서 정통 금융맨으로 수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관 업무 경험도 풍부해 당국과의 가교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농협은행에서는 드물게 연임에 성공하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다만 과거 농협은행 부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에는 부동산전문신탁회사인 아시아신탁 사외이사와 하나금융투자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은행연합회 측은 “후보자는 은행 등 금융업에 대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후보군의 자질·능력·경력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단독후보로 추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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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임 결과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차기 회장 후보로는 홍재형(79) 전 부총리, 김창록(68) 전 산업은행 총재, 신상훈(69)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윤용로(62) 전 기업은행장, 민병덕(63) 전 국민은행장 등이 거론됐다.

다만 지난달 김용덕 손해보험협회 회장이 선임된 후 지나치게 관료 출신 ‘올드보이’가 금융권 주요 협회를 독식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일자 민간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며칠 사이 정부 윗선의 지시로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진행 중인 생명보험협회도 적당한 민간 후보군이 없어 관료 출신만 하마평에 오르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부산 지역 부금회의 파워가 다시 한 번 나오게 됐다. 현 정부 들어 선임된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동빈 SH수협은행장 등이 모두 부산 출신이다.

은행연합회장은 성과급을 포함해 7억원대 연봉을 받는다. 이렇게 보상은 큰데 책임은 적어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는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금융 당국의 초대형 IB 발행어음업무 인가와 관련해서도 연합회가 제 역할을 못한 채 마지막에 딴지를 걸었다며 역할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에서는 은행연합회가 은행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주지 못한다며 “누가 회장이 되도 관심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회장 선임 과정에 있어서도 다른 협회와는 달리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조차 없어 매번 ‘깜깜이’ 밀실 인사가 반복된다는 비판도 크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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