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이스탄불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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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신화를 보면 바람기 많은 제우스는 ‘이오(Io)’를 유혹한 뒤 아내 헤라의 눈을 속이기 위해 암소로 변신시킨다. 헤라는 이를 눈치챘으나 모른 척하고 암소를 선물로 달라고 한다. 제우스는 헤라의 요구를 거절하면 의심을 살 것을 염려해 암소를 내주고 만다. 이후 헤라는 밤낮으로 이오를 괴롭혔고 결국 이오는 바다를 건너 피신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암소가 건너간 바다’라는 뜻의 ‘보스포루스해협’이라는 지명이 탄생했다.


터키인들의 조상인 오스만튀르크족이 보스포루스해협 일대를 장악한 것은 1453년 비잔티움을 물리치고 지금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면서부터다. 오스만제국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16세기 중반 술레이만 1세 때는 지중해 일대는 물론이고 발칸반도·유럽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영토를 거느렸다. 그 후 200여년간 오스만의 수중에 있던 보스포루스해협은 18세기 이후 러시아의 남진(南進)정책으로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을 비롯한 동맹국에 가담한 오스만제국이 패하면서 해협 지배권은 연합국으로 넘어갔고 각국 군함과 상선의 통과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1923년 로잔조약과 1936년 몽트뢰조약을 통해 터키가 군함 출입 제한 등의 일부 권리를 회복하기는 했으나 상선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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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터키가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보스포루스해협 서쪽에 너비 150m, 길이 40~50㎞에 이르는 이스탄불 운하 착공 계획을 밝힌 것이다. 터키 측이 내세운 이유는 해협의 해류 변화가 심하고 물동량이 많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역사적 자존심 회복에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계획대로 2023년 운하가 완공되면 다른 나라의 선박 운항은 운하 쪽으로 돌리고 보스포루스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되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르도안의 꿈이 실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운하 건설비용이 100억달러에 달하는데다 러시아를 비롯한 발트해 연안국들의 반발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터키가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오스만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오철수 논설실장

오철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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