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이통사 측에 대리점코드 발급과 함께 애프터서비스(AS) 등 고객서비스(CS) 관련 부문 담당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스토어에서 개통한 아이폰이 고장 날 경우 애플이 아닌 이통사 고객센터가 고객 응대는 물론 사후 처리까지 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의 이통사에 대한 마케팅비 전가 등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는 상황에서 또 다른 유형의 ‘갑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통사들은 애플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애플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고객 충성도가 높다는 점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이통사들과 수수료 등과 관련한 조건을 조율하는 와중에 CS 부문은 책임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이통사로부터 판매수수료 등의 수익은 챙기는 반면 고객 응대 등과 관련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자사 AS센터를 통해서도 휴대폰 관련 오작동 문제 등을 대응하며 이통사와 CS 부문을 분담하고 있다.
애플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애플 특유의 AS정책을 감안한다면 이통사들이 골머리를 앓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애플은 1년 이내에 문제가 발생한 단말기는 중고부품을 활용해 재조립한 ‘리퍼폰’으로 교환해준다. 삼성전자·LG전자가 문제가 있는 부품만 교체해주는 것과 다르다. 특히 보증기간 이후 아이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40만~60만원 정도인 리퍼폰을 유상으로 구입해야 하는데다 반납한 기존 아이폰은 애플이 가져간다.
AS진단센터에서 수리를 거부하더라도 리퍼폰을 강매하는 경우도 잦다. 애플코리아 측은 “리퍼 정책은 수리 이후에도 고객이 최고의 아이폰을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애플 마니아들조차 이 같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애플은 또 신제품에 흠집 등이 발견될 경우 이를 이통사나 대리점에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통사들은 관련 제품을 대부분 사내판매 등으로 털어내는 방식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통사가 애플의 AS까지 담당할 경우 이 같은 애플의 영업방식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스마트폰 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LG전자 같은 규모가 큰 업체가 아니고서는 전국적인 AS센터를 갖추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애플의 이 같은 이통사에 대한 ‘갑질’은 이전부터 유명하며 이통사들로서는 충성도가 높은 애플 고객을 수용하기 위해 관련 제안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철민·권용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