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파리바게뜨가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파리바게뜨는 또다시 일주일 안에 5,300여명의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파리바게뜨는 예상과 다른 법원의 각하 소식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제빵기사 직접고용을 반대해온 가맹점주들 역시 법원의 판결에 당혹스러워하며 즉각적인 입장표명을 피했다. 비록 고용노동부의 시정조치 자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본안 소송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각하 처분을 받으면서 파리바게뜨의 승산 가능성도 낮아졌다는 평가다. 파리바게뜨로서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주일 안에 5,300명 직접고용…코너 몰린 파리바게뜨=법원의 각하 결정에 따라 고용부는 다음달 5일까지 파리바게뜨가 협력업체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1인당 1,000만원, 총 530억여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고용부의 시정지시 기한은 11월9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6일 법원이 시정지시의 효력을 29일까지 잠정 중단시킨 터라 영업일 기준으로 나흘간 효력이 정지됐다. 따라서 이번 각하 결정으로 30일부터 시정지시의 효력이 다시 살아나 새로운 기한은 오는 12월5일이 된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파리바게뜨 측은 법원의 각하 결정이 나온 즉시 항고 의사를 밝혔지만 이를 번복했다. 대신 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신청한 본안 소송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집행정지 가처분이 시정조치의 시행을 유예하는 것이라면 본안 소송은 고용부의 시정조치 자체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과정이다.
반면 고용부는 이날 서울행정법원의 각하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며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은 당연한 결과”라며 “가처분신청에 대한 각하 결정은 앞으로 본안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고용부는 만일 파리바게뜨가 기한 연장을 신청한다고 해도 이를 받아주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파리바게뜨에 시간을 더 줘야만 할 합리적인 사유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기한 연장의 합리적인 사유를 인정받으려면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들에게 동의를 받기 위해 노력했어야만 했다”며 “하지만 서울청 등이 파악하고 있는 바로는 파리바게뜨는 소송에 몰두했지 근로자 개개인의 동의를 받는 데 총력을 쏟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대안이었던 3자 합작법인도 ‘연기 불가피’…본안 소송 유력=법원의 이번 각하 결정에 따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파리바게뜨가 ‘소송과 별개로 진행한다’고 밝혀왔던 3자 합작법인 설립 대안도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3자 합작법인은 파리바게뜨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제빵기사 인력제공 협력업체가 공동 출자하는 방식으로 파리바게뜨가 고용부에 제안한 대안이다. 당초 1일 출범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설명회 지연과 소송 등으로 인해 기한 내 출범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3자 합작법인 설립에 동의했던 가맹점주와 협력업체 대표들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의 70%에 달하는 2,368명은 27일 파리바게뜨 본부의 직접고용에 반대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고용부에 제출한 바 있다. 점주들은 가맹본부 직원으로 직접 고용되면 가맹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점주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할 수 있고 가맹점주의 경영자율권이 침해돼 가맹본부와 갈등과 분쟁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제빵기사들이 본부에 직접 고용될 경우 점주들이 직접 빵을 굽거나 자체적으로 직원을 채용하겠다는 가맹점이 1,000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순식간에 십수년간 운영해왔던 회사를 잃게 된 협력업체 대표들도 당혹감에 휩싸여 있다.
한편 프랜차이즈 업계, 나아가 산업계에서는 파리바게뜨 직접고용의 최종 결과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가 기업의 고용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정면승부를 건 사례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리바게뜨와 비슷한 구조의 제빵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물론 다른 업계에서도 이번 소송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만일 최종적으로 직접고용 결론이 날 경우 많은 기업의 간접고용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직고용 명령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다.
/박윤선기자 세종=임지훈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