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방송된 M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방송인 이영자와 김생민의 하루가 공개됐다. 양세형, 이재진, 전현무, 송은이와 정신건강전문의 양재웅, 기생충 박사 서민이 출연해 두 사람의 일상에 개성 넘치는 참견을 덧붙였다.
첫 번째 제보자는 이영자의 31번째 매니저인 송성호 씨. 그는 “평소에 선배님이 진짜 잘 해주시는데 이상하게 힘들다”고 제보했다. 이영자의 충청도식 화법과 여기저기 참견하고 도움을 주려는 성격 때문이었다.
먼저 이영자는 매니저의 코디에 참견했다. 평소 옷 선물을 자주하는데, 자신이 선물한 옷을 입지 않았다는 것. 그러면서도 “그만둘까봐 존댓말 한다”며 나름의 선을 지키려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식사 메뉴를 정해주는 데서 참견이 빛을 발했다. 이영자는 매니저 전용 메뉴판까지 만들어 끼니마다 맛집을 추천해줬다. 매니저는 전날 술을 먹어 속이 좋지 않음에도 이영자가 추천해준 돈까스와 잔치국수, 단팥빵 까지 모두 먹었다.
방송을 통해 매니저의 속마음을 알게 된 이영자는 “다른 메뉴로 먹는다면 다음부터는 메뉴 추천을 안 할 것”이라며 특유의 화법이 담긴 농담을 던졌다. 매니저는 이영자와 함께 일을 하면서 몸무게가 5kg이나 늘었다고 고백했다.
이를 본 양재웅 정신건강전문의는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선배가 되고 싶은 마음에 그러는 거다”라고 이영자의 행동을 분석했다. 이영자는 이에 동의하며 “직접적으로 행복한 것보다 다른 사람이 행복한 게 백배 더 좋다”고 말했다.
지인과의 약속으로 가게 된 뷔페에서도 이영자의 참견은 여전했다. 먼저 음식을 먹은 이영자는 매니저의 접시에 자신의 마음에 든 음식들만 담았다. 이에 매니저는 “선배님이 골라주시는 게 습관이 돼서 다른 것을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즐기는 이영자는 매니저를 데리고 동대문으로 향했다. 역시나 자신의 취향대로 옷을 구매하고는 즉석에서 매니저에게 입혔다. 그러면서 “매니저들과 이별하며 생긴 울렁증이 있다. 할 말이 있다고 하면 마음이 덜컹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다음 제보자는 김생민이었다. 25년 동안 매니저 없이 지내온 그가 자기 자신을 제보한 것. 김생민은 “사람들이 제가 말이 너무 많대요”라며 매니저 없이 활동해온 데다 자신이 없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앞서 KBS2 ‘김생민의 영수증’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김생민은 엄청난 짠돌이었다. 기름 값이 비싼 강남에서 하필 기름이 떨어지자 주유소에 방문해 8천 원어치만 넣었다. 딱 강남에서 상암까지만 갈 생각인 것.
이동하는 중간에는 뉴스를 들으며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관련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또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는 마치 뮤지컬을 하듯이 따라 불렀다. 이에 양재웅 전문의는 “무대에서 감동을 주고 싶은 욕구가 큰데 그럴 기회가 없으니 차 안이 무대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생민에게는 차 안이 무대이자 이동식 탈의실이기도 했다. 주차장에서 방송 의상으로 갈아입은 그는 촬영 한참 전부터 미리 도착해 대기했다. 방송 관계자들에게 믹스 커피는 언제 주냐고 묻는 것도 다분히 김생민다웠다.
김생민은 “가끔은 주위 시선이 의식되지만 쌓이면 크다”며 알뜰한 소비습관을 자랑했다. 단골 주유소는 강남보다 600원이 저렴한 셀프 주유소였고, 방송국에 일찍 도착하는 이유는 주차비가 따로 들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출연자들은 그의 노하우에 감탄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당신의 인생에 참견해드립니다!”라는 의도로 제작된 프로그램. 매니저들의 거침없는 제보로 공개되는 스타들의 리얼 일상과 다양한 참견 고수들의 시시콜콜한 참견이 특징이다.
이영자와 김생민의 일상 공개는 제보자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띠었다. 이영자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며 주변인과의 간극을 줄일 기회를 얻었고, 김생민은 자신만의 생활철학이 있는 일상을 공개하며 진솔한 매력을 드러냈다.
관찰 예능이라는 성격상 빵빵 터지는 큰 웃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자극적이지 않아 편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장점. 또한 스타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매니저의 시선을 따라간다는 것이 다른 예능과의 차별점이었다.
다만 파일럿을 넘어 정규편성이 되기 위해서는 ‘스튜디오에서의 참견’을 조금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패널의 수가 결코 적지 않음에도 모두가 개성 있는 코멘트를 남기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 정신과전문의의 행동분석이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총 2부작으로 편성된 ‘전지적 참견 시점’은 다음 회에서 김생민의 남은 이야기와 이재진의 일상이 공개될 예정. 30일 오후 9시 50분 2회가 방송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