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여파도 주목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예고됐던 것으로 큰 타격은 없겠지만 대출규제와 맞물린데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거래 위축에 따른 시세 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서울의 경우 대기매수수요가 견고하기 때문에 강세를 유지, 지방과 서울의 편차가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30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문의한 결과 이번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의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안에 한 번 정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고 이미 시장에 선반영됐기 때문에 당장 시장에 나타나는 충격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금리 상승은 대출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내년에도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 부동산 거래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도 “금리만 오른 게 아니라 대출규제도 함께 겹치는 것이 문제”라며 “이번 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 기조가 주택 관련 대출 축소 및 상환 부담 증가로 이어져 내년도 주택 시장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은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를 기반으로 투자에 나섰던 구매자들의 매수심리를 위축시켜 집값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이나 입주물량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전망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 지방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 입주물량이 몰리는데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잔금대출 전환 시 일부 지역과 단지에선 입주 포기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또 분양권을 여러 개 갖고 있어 복수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분양권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어 이는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윤경 연구위원도 “지방과 일부 서울 인접 수도권 지역은 이미 물량이 넘쳐나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비용까지 늘어나면 수요 감소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의 경우 재건축이라는 호재가 존재하고 유입을 원하는 수요가 많은 만큼 당장 가격이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영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서울은 보유만 하면 언젠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늘 수요가 많다”며 “이번 금리 인상으로 잠시 눈치를 보다가 불확실성이 걷히면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센터장도 “서울의 경우 재건축 이슈가 견고하게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고 내년에는 입주물량도 많지 않다”며 “대출 부담이 버거운 다주택자들도 가치가 높은 서울 주택은 남겨두고 매물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 상승은 금융비용 상승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투자수익률 하락을 유발해 부동산 거래 둔화로 이어질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금리 상승이 체감 임계점을 지나지 않는 한 가격이 급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도 “시장은 금리 인상보다 이달 발표되는 다주택자 인센티브 방안 등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달 공개되는 임대차 시장 투명성·안전성 강화 방안에 시장이 오히려 더 반응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