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40대 후반 직장인 K씨는 암환자인 부친이 지방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뒤 서울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진료정보를 떼기 위해 휴가를 내고 지방에 다녀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병원끼리 이런 정보도 교환 못 하나’라는 볼멘소리가 절로 나왔다. 시골에 노모와 지적장애 누나가 있는 그는 ‘간병·간호 로봇도 개발되면 좋을 텐데’라는 마음도 든다.
#30대 초반 경기도 직장인인 L씨는 매일 서울 출퇴근길이 전쟁이다. 차는 몰리는데 신호체계는 기계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드론 유인 수송시대나 자율주행택시 시대도 멀지 않았다는 데 우선 교통체계를 지능형으로 못 바꾸나’ 하는 불만이 크다.
# 수도권에서 공장을 다니다 몇년 전 귀촌한 50대 초반 P씨. 그는 벼 외에 고추·참깨·마늘·땅콩·고구마 농사를 짓는데 수급예측도 안 되고 일도 너무 고되 힘들다. ‘정부가 수급예측을 위한 빅데이터 시스템이나 편리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스마트팜 연구를 좀 하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K씨와 L씨, P씨의 불편함이 오는 2022년까지는 적지 않게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중점 과제를 생활 속 편의성 개선으로 잡고 집중적으로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30일 서울 강남 팁스타운에서 제2차 회의를 열고 21개 부처와 조율해온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산업혁명 대응계획’을 발표했다.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지능화 혁신을 통해 산업 생산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고질적 사회문제를 해결해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장병규 위원장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청사진을 처음으로 내놓았다”며 “이번 계획은 ‘큰그림 1.0’ 격이며 앞으로 2.0, 3.0으로 진화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분야별로 차이는 있지만 현 정부의 임기인 2022년까지 의료·교통·안전 등 지능화 혁신을 꾀하고 기술경쟁력 확보, 산업생태계 조성, 규제 완화, 인력양성 등에 나선다. 세계 최초 5G(5세대) 이동통신서비스를 오는 2019년 3월에 시작하고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는 준자율자동차를 2020년에는 상용화하기로 했다. 국내 드론 시장 규모도 지금보다 20배 이상 늘린다.
의료의 경우 진료정보 전자교류 전국 확대, 맞춤형 정밀진단·치료 확산,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혁신을 추진한다. 고령화에 맞춰 간병·간호 지원 로봇을 도입하고 치매 진단 기술 개발을 비롯해 내년까지 세계 최초로 ‘외부조종 캡슐내시경도’도 상용화한다. 또 현재 시범사업 단계에 머물러 있는 ‘진료정보 온라인교류’도 2022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 이렇게 되면 5년 뒤 우리 국민의 건강수명은 현재 73세에서 76세로 늘어나게 된다.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스마트시티 모델을 구축해 AI와 IoT,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등 신산업 발전을 꾀하고 자율제어 기반 지능형 스마트홈도 확산시키기로 했다. 노후 시설물 스마트 관리, AI 기반 범죄분석으로 안전한 사회도 구축한다. 지능형 신호등 시스템도 구축해 교통 혼잡과 사고를 각각 10%, 5% 줄이기로 했다. 일반주택에 지능형 전력계량기 100% 보급 등 스마트그리드 확산과 온실가스 저감 고효율화 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미세먼지는 31%가량 줄이고 상수도 노후화에 따른 물 낭비와 수질오염을 막기 위한 스마트 상하수도 시스템을 확산하기로 했다.
핀테크 활성화, 화물처리 자동화 스마트 물류센터 확산, 스마트항만 구축 등 금융·물류 혁신에도 고삐를 죄기로 했다. 도농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밀재배 2세대 스마트팜과 양식장 확산, 파종·수확로봇 개발로 ‘돌아오는 농촌’을 만든다. 안보불안 속 지능형 지휘체계와 무인 경계감시 시스템도 도입하고 스마트공장 확산과 지능형 협동로봇을 개발해 생산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I-KOREA 4.0’ 브랜드를 만들었다. I는 지능(Intelligence)·혁신(Innovation)·포용통합(Inclusiveness)·소통(Interaction)을, 4.0은 4차 산업혁명을 뜻한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지능화를 기반으로 고질적 사회문제를 해결해 삶의 질을 높이고 산업경쟁력과 성장동력 확충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대응 역량 확보를 통해 2022년까지 최대 128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신규 일자리 36만6,000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