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한·아세안 '사람 중심 협력 관계'로 발전해야

김재홍 KOTRA 사장



우리와 아세안이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아세안은 이미 중국에 이어 우리의 수출·투자 2위 대상 지역이다. 필자는 올해 아세안 출장이 유난히 잦았다. 지난 11월에만 네 차례에 걸쳐 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에서 우리 기업과 현지 바이어와의 비즈니스 파트너십 행사를 마련하고 대규모 소비재 전시회도 개최했다. 한류와 상품을 결합한 한류상품 박람회에서 확인한 동남아 고객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우리와 아세안과의 관계가 경제·외교관계를 넘어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우리는 그동안 주요2개국(G2·미국과 중국)의 대체시장으로 아세안에 주목해왔다. 아세안은 6억3,000만명 인구의 거대시장으로 성장 속도가 빠르면서 중산층 인구도 급증하고 있다. 또 풍부한 저임 노동력을 바탕으로 미국·중국을 잇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거점으로 각광 받고 있다. 아세안 주요 국가인 베트남의 경우 매년 6% 이상 고성장 중이다. 1억명 인구 중 70% 이상이 30대 이하 중산층이며 한류 호응도 높다. 아세안 맹주국 인도네시아는 2억6,000만명 인구와 세계 16위 경제규모인데다 아시아 중심에 있어 무역·안보 차원의 중요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아세안 순방길에 발표한 신남방정책은 3P, 즉 사람(People)·평화(Peace)·번영(Prosperity)을 핵심으로 한 전략으로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와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사람 중심의 협력이다. 소비시장이나 생산기지라는 측면 외에 아세안이 공동번영의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보다 한발 빨랐던 중국과 일본의 아세안 진출전략은 비즈니스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우리의 신남방정책은 아세안 국가와 식민경험의 아픔을 공유하면서 문화적 친밀감을 바탕으로 양자관계를 심화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신남방정책이 현지에서 큰 환영을 받은 까닭도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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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심의 협력은 마음을 얻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고부가가치 영역은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분야다. 제품과 서비스에도 사람의 마음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류의 인기와 더불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다각화는 더욱 힘을 받을 것이다. 필자는 베트남 한류박람회에서 우리와 정서적 공감대를 넓혀 현지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확인했다.

사람 중심의 협력은 아세안을 단순히 해외진출 대상으로만 인식하지 않는다. 상생협력의 파트너로 함께한다는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아세안은 문화와 종교가 다채롭고 소득수준의 격차도 크다. 다양성을 세심하게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기업이 아세안 각국의 현지경제에 녹아들면서 성장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공유가치창출(CSV) 전략이 필요하다. 베트남처럼 당장 중국의 대체시장으로 유망한 시장도 중요하지만 인프라는 부족해도 성장에 대한 열의가 높은 국가와 협력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KOTRA는 인도네시아에서 한 마을마다 우리 기업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추진해 사업화하는 1사 1촌 사업을 성공시킨 바 있다. 앞으로 인근 국가로 확대해갈 계획이다.

우리와 아세안의 공동번영을 위해 우리의 경제개발 노하우와 경험을 그들과 공유하는 일이 중요하다. 11월 중순 필리핀에서 개최된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상은 새마을운동에 대한 감사 인사를 들었다고 한다. 베트남·미얀마 등 아세안 일부 국가는 우리나라의 지식공유사업(KSP)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우리의 발전모델과 시스템을 받아들여 성숙시킨다면 우리 기업의 현지진출에도 도움이 된다. 서로의 강점을 공유하고 단점은 보완해주는 상생협력, 이것이 신남방정책의 지향점이다. 아세안과의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을 통해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저변이 크게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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