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어제 발표한 장기소액 연체자의 빚 탕감 대책에는 대부업체가 보유 중인 채권까지 포함돼 있는데요.
이 채권들을 사들여 소각하려면 결국 돈이 필요한데, 재원은 민간 금융회사들의 기부금으로 조성됩니다.
정부는 자발적 기부금이라 강조하지만, 민간 금융사 돈으로 정부가 선심 쓰는 셈입니다. 정훈규기자입니다.
[기자]
정부는 ‘경제 대 사면’이라 불리는 장기소액연체자 빚 탕감 계획을 밝히며, 세금은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 중 일부의 개인 빚을 세금으로 갚아줄 경우 많은 논란과 부정적 여론이 예상되는 탓입니다.
혈세 논란은 피한 셈이지만 대신 정부 정책에 또 다시 민간 금융사의 돈을 사용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가 밝힌 탕감 대상자는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채권의 연체자 83만명, 대부업체와 자산관리회사 등 민간 보유 채권 연체자 76만명입니다.
이 중 국민행복기금이 이미 사들여 관리 중인 83만명의 연체채권을 소각하는 것은 추가 재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반면 대부업체 등 민간에 남아있는 채권은 정부가 사들여 소각해야 합니다.
내년 2월 장기소액연체채권 매입을 위한 신규 기구를 설립할 예정인데, 재원은 금융회사들의 기부금으로 마련됩니다.
빚에 대한 책임은 원칙적으로 개인에게 있지만, 금융회사도 상환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빌려준 책임이 있다는 게 기부금의 명분입니다.
선심은 정부가 쓰는데 재원은 민간 금융사가 마련하면서 대출심사가 잘 못됐다는 안 좋은 평가까지 들은 겁니다.
따지고 보면 추가 재원이 필요 없다는 국민행복기금의 보유 채권도 과거 은행 등 금융회사들로부터 돈을 거둬 사들인 겁니다.
정부는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금융회사들의 기부가 자발적이고 자율적임을 굳이 강조했습니다.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자발적이라는 정부 설명에 실소하며 “대통령 공약으로 시작된 정책인데 어떻게 반대하겠냐”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영상편집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