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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다윈의 물고기]'로봇'으로 '진화론'을 검증한 생물학자

■존 롱지음, 플루토 펴냄



로봇과 생물학자.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인한 4차산업혁명이 대두되는 오늘날에도 얼핏 보면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신이 취합한 여러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진화하는 로봇은 한 생명체의 진화를 알아보는데 있어 참고할만한 도구다. 물론 실제 생물의 진화에 비하면 덜 정확하다. “고양이에 대한 최상의 모형은 고양이다”라는 생물학계 유명한 격언이 있을 정도다.

진화론은 자연선택과 돌연변이를 통해 다양한 종으로 분화했다는 내용이 핵심인 생물학의 명실상부한 기본 이론이다. 물리학에서의 뉴턴 역학법칙과 비견되는 이론인 진화론의 유일한 아쉬운 점은 바로 아무도 과거의 진화과정을 직접 목격한 점이 없다는 것이다. 해양생물학자인 저자는 이 아쉬운 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스스로 진화하는 ‘물고기 조상’을 만들어 바다와 비슷한 곳에 풀어놓고 ‘진화’를 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로봇 물고기 태드로는 탄생했다.


저자는 물고기의 ‘척추’에 집중했다. 몸통 가운데에 뼈 없이 신경만 존재하던 ‘척삭동물’이 어떻게 현재의 인류처럼 목에서 꼬리까지 뻗은 유연성 있는 뼈의 연쇄인 ‘척추동물’로 진화했는지 의문점을 가졌다. 저자는 ‘등뼈가 뻣뻣할수록 더 빨리 헤엄치고 더 많이 빨리 먹이를 먹어, 생존하고 짝짓기하고 후손을 남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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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고대의 바다를 재현한 수조에 태양을 대신할 조명을 설치하고 등뼈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제작된 태드로 세 마리를 풀었다. 실험 중 맞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등뼈의 강직도가 행동점수 증가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기도 했다. 저자는 ‘갈팡질팡’ 점수에 문제가 있었음을 발견한다. 속도가 빠를수록 ‘갈팡질팡’ 정도가 커지는데, 저자는 여기에 마이너스 점수를 줬던 것이다. 먹이를 먹되,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면 안되는 상황에서 ‘갈팡질팡’은 필수적이다. 이렇게 연구팀은 “척추가 생긴 이유는 유영속도를 높여 많은 먹이를 먹으며 포식자로부터 도망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가설 검증에 성공한다.

과학 지식이 적은 사람이 이 책을 전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각종 그래프와 프로그래밍 언어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또 어떤가. 그래프를 배제하고도 이 책을 통해 진화가 왜 이뤄졌는지, 그리고 과학의 발전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 1만7,000원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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