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루네이 지음, 글항아리 펴냄)=1960년대 말 중국을 배경으로 페놀공장에 들어간 한 젊은이의 공장생활을 담았다. 페놀공장은 독성물질로 인해 대부분의 노동자가 퇴직하고 3년 뒤 간암에 걸려 죽었다. 살기 위해 서서히 죽어야 하는 장소가 그의 직장이다. 하지만 이는 그다지 대단한 사실이 아니다. 사람보다 생산설비가 중요한 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그들 뿐 아니라 가족까지 늘상 아팠다. 고아인 주인공만 여기서 자유로웠다. 소설 속의 비참함, 치열함, 고통과 슬픔을 담담하게 묘사한 작가의 문체가 눈에 띈다. 소설 제목인 ‘자비’는 적어도 이 공장 안에는 없어 보인다.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