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예산안 처리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고소득층 자녀는 아동수당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여야 3당 원내대표는 2018년도 예산안 처리 협상 과정에서 공무원 증원 등 쟁점 사안과 연계해 소득상위 10% 가구의 아동은 아동수당을 주지 않는 쪽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주장이 관철된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보육료와 가정양육수당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금수저’ 자녀에게까지 아동수당을 주는 것은 예산 낭비라고 반대해왔다.
게다가 애초 2018년 7월부터 아동수당을 주려던 정부여당의 계획과는 달리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서 야당은 내년 10월부터 주자고 요구하고 있어 지급 시기 역시 유동적이다.
이런 여야 합의대로 내년에 아동수당 정책이 시행될 경우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내년 7월부터 만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주겠다던 문재인 대통령 공약은 크게 후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 지급대상 아동 253만명 중에서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소득인정액이 상위 10%에 해당하는 25만3천000여명은 아동수당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갑자기 바뀌면서 소득상위 10%를 가려내기 위해 0∼5세 자녀가 있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소득·재산 조사를 벌이고자 행정력을 동원해야 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아동수당을 도입하고자 준비 중이던 복지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득상위 10%에게 아동수당을 주지 않으면 내년 아동수당 예산 1조1천억원에서 1천억원 정도의 예산을 아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을 수밖에 없는 맞벌이 가구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불만이 커지고, 일부 아동수당 수급자는 기초연금 수급자처럼 소득역전 현상을 막고자 온전히 10만원이 아닌 감액된 금액을 받을 수도 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어 보편적 아동수당은 국민에게 한 약속이라며 약속을 저버린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기본소득이 사회적 대안으로 논의되는 상황에서 보편적 아동권을 보장하는 아동수당이 차등적으로 지급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국가와 사회가 모든 아동의 양육을 함께 책임진다는 선언으로서 보편적 아동수당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아동수당을 도입한 나라는 한국과 미국, 멕시코, 터키를 제외한 31개국에 달한다.
이 중에서 20개국은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계층에 아동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