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내전의 수렁에 빠진 예멘 수도 사나에서 최근 후티 반군과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장 세력 간 교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후티 반군이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3일(현지시간) 알아라비야 방송과 BBC,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날 자신들을 지지하는 알마시라 TV를 통해 “UAE의 바라카 원전을 향해 장거리 크루즈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공개했다.
후티 반군은 또 “우리는 아부다비에 있는 그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UAE 국영 WAM 통신은 후티 반군의 주장을 부인했다.
UAE 국가 긴급위기관리 당국자는 이 통신에 “UAE는 원전을 보호할 수 있는 미사일 방공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며 “그 원전은 잘 보호받고 있다”고 밝혔다.
바라카 원전은 우리나라 한국전력공사(KEPCO)의 지원으로 페르시아만 연안인 UAE 알가르비아 지역에 현재 건설되고 있는 UAE의 첫 원전이다.
한전 컨소시엄은 2009년 한국형 경수로(APR 1400) 4기(총발전용량 5천600 ㎿)를 UAE에 건설·운영하는 계약을 맺고 2012년 7월 착공했다. 이들 원전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발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AP통신은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가 2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고 전했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아랍동맹군의 일원으로 후티 반군을 겨냥한 군사 작전에 참여 중인 국가로, 이번 바라카 원전 공격 주장은 UAE에 대한 보복성 위협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의 이번 미사일 발사 발표는 최근 예멘 사나에서 나흘째 이어진 반군과 살레 전 대통령 지지 세력 간 충돌로 수십 명이 사망한 가운데 나왔다.
후티 반군은 교전 끝에 전날 사나 남부에 있는 살레 소유의 알예멘-알윰 방송국도 장악했다.
이에 앞서 후티 반군은 지난달 30일에도 탄도미사일로 사우디의 군 시설을 명중했다고 주장했으나 사우디는 이를 요격했다고 반박했다.
사우디는 이 사건 후 UAE 등 동맹국과 함께 예멘 봉쇄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사우디 주도 동맹군은 이날 후티 반군의 사나 초소 등을 5차례 공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나에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충돌 양상이 갈수록 심해지자 예멘 담당 유엔 특사와 현지 적십자사는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살레 전 대통령도 휴전을 위한 중재 시도에 나섰다.
그는 “동맹군이 예멘 봉쇄를 풀고 공격을 중단한다면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롭게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주도의 동맹군은 이러한 제안을 환영했다.
그러나 살레의 한때 동맹이었다가 최근에 갈라선 후티 반군은 그를 비난하며 이 제안을 거부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 온 후티 반군은 2014년 내전 발발 이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아베드라보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에 반대하는 살레 지지 세력과 지난주까지 연대해 왔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는 자국에 망명했던 하디 대통령을 복위시키기 위해 2015년 3월 미국 지원 아래 아랍 동맹군을 결성해 군사 개입했다.
중동에서 시아파 맹주 이란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사우디는 인접국 예멘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군 후티를 저지하는 게 주목적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