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단독-현대기아차 판매 목표 왜 낮췄나]중국·미국 부진 급반등 어려워…보수적 목표 잡고 내실 다지자

성장주의 일변도 변화 조짐..미래차 투자도 영향미쳐

0416A13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000270)는 올해 11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총 659만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8%가량 감소한 수치로 대수로는 50만대 가까이 줄었다. 12월 판매량이 올해 월평균 판매량을 소폭 웃돈다고 가정하면 연간 판매대수는 720만대를 겨우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연간 판매 목표치 825만대에서 100만대가량 모자란다.

현대·기아차가 내년도 판매 목표치를 올해 판매목표는커녕 지난해 판매실적(788만대)보다도 낮춰 잡은 이유는 이 같은 판매 부진을 단기간에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에서다. 실제로 글로벌 핵심 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실적 부진이 심각하다. 11월 누적 현대차(005380)의 미국시장 판매량은 62만1,961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7% 감소했다. 기아차도 10만대 이상(15.6%) 줄었다. 사드 보복 여파로 상반기에 판매량이 반토막 났던 중국 시장도 최근 소폭 회복됐지만 원상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경우 핵심 성장군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응이 늦었고 중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사드 후폭풍으로 영업망 타격이 심하다”며 “이는 당장 1년 내 회복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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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현대차 안팎에서는 그동안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내실을 다지고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내년 판매목표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실 급감한 올해 실적을 제외하더라도 현대·기아차의 성장세에 한계가 왔다는 신호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감지됐다. 2015년 처음으로 실 판매량(802만대)이 목표치(820만대)에 못 미쳤고 지난해에는 목표치와 실적 간 차이가 25만대 수준으로 더 벌어졌다. 지난해 현대차가 중국 창저우 공장을, 기아차가 멕시코 공장을 돌리기 시작했고 올해는 현대차 충칭 공장이 가동되는 등 생산설비 확충만을 이유로 올해 공격적인 목표치를 설정한 것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해외공장을 지으며 생산 능력을 확대했지만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판매 대수를 높이겠다는 전략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버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내년 상황은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국 판매량은 3·4분기 바닥을 찍은 후 서서히 회복 중이고 미국에서는 7년 만에 재탄생한 벨로스터를 시작으로 코나 등 신차를 출시해 분위기 반전을 모색한다. 특히 내년부터는 10월 말 실시한 글로벌 조직개편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 권역별 본부 체계가 가동, 자율경영 시스템이 도입된다. 생산부터 판매,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판단해 시행하는 식이다. 총 908만대의 글로벌 생산 능력을 풀가동하기보다는 지역별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현대차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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