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김정태 "하나금융 조직 흔들려는 세력있어 안타깝다"

"전직임원 오래전부터 음해성 발언" 이례적 토로

금융권 "김승유 부활 욕구에 해묵은 갈등 겹쳐"

金회장 "연임 절차 정해진 대로 투명하게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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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자신에 대한 각종 음해가 불거지는 데 대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4일 오전 하나금융그룹 출범 12주년 계열사 임직원 토크콘서트를 마치고 몇몇 기자들과 만나 “들어 보니 전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나에 대한 음해성 발언들로) 흔들기를 하고 있다는데 조직 차원에서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임기가 아직 남아 있지만 외부에서 김 회장에 대한 의도적인 흔들기로 차기 지배구조에 개입하려는 불순한 목적이 있다고 본 것이다. 김 회장은 “(들리는 루머들이) 사실이 아니기 바란다”고도 했다. 평소 말수가 적은 김정태 회장 스타일로 볼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의 연임론에 무게가 실려왔다. 노조를 상대로 직접 협상에 나서 그룹의 최대 난제였던 외환은행과 옛 하나은행 간 조기통합을 이룬데다 현재 뚜렷한 대항마가 없다는 점에서다.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다음 3년간 김 회장 체제의 견고한 지배구조가 유지돼야 KB금융·신한금융 등과 본격적인 경쟁을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김 회장 체제에서 하나금융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올 3·4분기까지 누적순이익이 1조5,410억원으로 지난 2013년 같은 기간의 9,239억원에 비해 70% 가까이 증가하면서 견조한 실적을 냈다. 하나금융 주가 역시 최근 1년 새 2배 가까이 오르며 신한금융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경쟁 관계인 KB금융의 경우 노조의 반대에도 각종 인수합병(M&A)으로 뚜렷한 성과를 낸 윤종규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99% 찬성을 얻어 연임에 성공한 것처럼 김정태 회장 역시 성과만 놓고 볼 때 연임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전직 임원들이 김정태 회장의 연임 저지를 위해 각종 음해성 정보를 흘려 흔들기를 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절친’이자 이명박 정부 시절 4대 천왕 중 하나였던 김승유 전 회장이 본인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인사를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김 전 회장이 특정 학맥과 금융권 인맥을 동원해 김정태 회장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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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마다 김정태 회장은 “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김 회장이 대응을 자제하는 사이 음해성 루머는 점점 더 빠르게 확산됐다. 김 회장이 연임을 위해 사외이사가 대표로 있는 기업의 물티슈를 수억원어치 구매했다거나 KEB하나은행(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중국법인의 실적이 저조해 해외진출의 필요성이 무색해졌다는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김정태 회장은 “(각종 의혹을) 대부분 다 설명했고 문제가 없다”며 “물티슈 건은 기업 측에서 (홍보 목적으로) 무상 기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늘 강조하듯이 바르게 살아가면 이기는 것”이라며 각종 의혹에 결백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결정적으로 김승유 전 회장과 같은 고대 인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은 특정 대주주가 없어 CEO가 자신의 연임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할 수 있는 점과 유력한 승계경쟁 후보가 없는 상황도 논란이 되고 있다”며 지배구조를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김정태 회장은 “연임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정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당국이 방향을 잡고 금융회사는 이 방향대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이 공식 회추위도 가동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음해가 나오면서 그대로 둘 경우 바깥 세력의 의도대로 조직이 요동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진화하기 위해 작심 발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태 회장과 김승유 전 회장 간의 애증관계가 연임 이슈를 놓고 수면 위로 떠오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나금융 전현직 회장인 ‘양김(金)’ 간 다툼이 본격화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른바 ‘4대 천황’ 중 한 명이었던 김 전 회장이 6월 한국투자금융 고문으로 금융권에 복귀하면서다. 하나금융 출신 또는 경기고·고려대 인사들이 금융권 요직에 잇따라 선임되면서 경기고·고려대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김 전 회장이 금융권 인사를 추천해준다는 설까지 나왔다. 이 시점부터 김정태·김승유의 불편한 관계가 부각되면서 하나금융을 주시해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 회장은 금융권 내부 갈등에 대해 “여러 사람이 합쳐 있다 보니 서로에게 다른 생각이 있는데 세월이 지나 조직이 안정되면 모두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도 외환과 하나의 화학적 통합을 마무리 지어야 더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쌓인다는 뜻이다.

김승유 전 회장(현 한국투자금융지주 비상근 고문)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예전 신한사태 등을 다 봐왔는데 제가 왜 (CEO 인사에) 끼어들겠느냐”며 “그럴 생각도 전혀 없고 그런 식으로 전임자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하나금융 노조도 ‘하나금융지주 적폐 청산을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출범시키고 김 회장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 /황정원·서일범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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