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업계 전체가 직격탄을 얻어맞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광시장 다변화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방한 외국인의 절반가량을 중국인이 차지하는 ‘쏠림 현상’을 그대로 방치하면 제2, 제3의 사드 사태 발생 시 우리 관광 업계는 또 한 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시장은 이슬람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은 세계 인구의 23%에 달하며 이들은 중동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북미·유럽까지 전 세계에 고루 분포돼 있다. 아랍연맹 22개국과 이슬람협력기구(OIC)에 가입한 57개국의 무슬림 인구를 합치면 8억명이 넘는다. 특히 동남아 국가에 분포된 무슬림은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시장 다변화를 노리는 우리로서는 호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은 98만5,858명으로 전년(74만1,000명)보다 33%나 증가했다. 특히 무슬림 가운데 중동인은 씀씀이가 큰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중동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 여행경비는 2,593달러로 방한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았다.
관광 당국은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 역시 매력적인 시장으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25~26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한국문화관광대전’을 개최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다채로운 국내 관광지를 중점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한식과 한류 등 우리 문화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약 20만명이 방한한 인도 시장에 대한 관광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13억 거대 시장인 인도를 관광시장 다변화의 디딤돌로 삼아 관광 분야의 지속적인 성장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동완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는 “관광산업처럼 외부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는 일방적으로 특정 시장에 의존하는 경향을 지양해야 한다”며 “우선 정부는 기업들이 이슬람과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을 원활히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하고 기업들은 정부가 길을 터주면 처음에는 다소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두 달 뒤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관광시장 다변화의 중요한 계기로 삼으려면 비자 발급이 면제되는 동남아 국가들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는 점도 조언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정부는 현재 태국·말레이시아를 대상으로 적용 중인 비자 면제를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단체관광객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최근 결정했다”며 “비자 면제를 다른 동남아 국가로 더 확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