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가 석유·천연가스·금 등 원자재 가치와 연동되는 가상화폐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금융 봉쇄와 볼리바르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에 대응해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으로 가상화폐를 활용한다는 포석이지만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상태라 화폐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AP통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국영 TV에 출연해 “베네수엘라가 가상화폐를 발행할 계획”이라며 “이름은 ‘페트로’라 하겠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페트로의 가치는 베네수엘라의 석유·천연가스·금 등 천연자원에 의해 보장된다”며 “페트로는 베네수엘라의 통화 주권을 굳건히 해 금융 봉쇄를 이겨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마두로 대통령은 페트로의 구체적인 가치 산출 방법, 거래 방식, 발행 시기 등은 밝히지 않았다.
마두로 대통령이 가상화폐 발행에 의욕을 보이는 이유는 미국의 금융 규제에 맞설 새로운 자금 조달 루트로 디지털 화폐를 주목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가 아직 완벽히 제도권으로 편입되지 않아 국제 제재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노렸다. 블룸버그통신은 “마두로 대통령이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비트코인에서 경제난을 타개할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야권은 이미 파산 직전인 정부가 가상화폐를 발급한다 해도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 보고 있다. 일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정부의 달러 환전 통제에 대응해 비트코인으로 달러를 확보하고 있어 가상화폐를 발행할 경우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미국은 지난 8월 미 금융기관과 개인이 베네수엘라 정부·국영기업과 신규 채권 거래를 맺지 못하도록 금융 제재를 가했다. 이후 돈줄이 막힌 베네수엘라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베네수엘라의 신용등급을 각각 ‘선택적 디폴트(SD)’와 ‘제한적 디폴트(RD)’로 강등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