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4일 내년도 예산안의 최대 쟁점인 공무원 증원 규모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인 끝에 서로 한발 물러서며 극적인 타결을 이끌어냈다. 당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공무원 증원 수를 1만명 이하로 줄일 수 없다는 반면 야당은 최대 9,000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평행선을 달렸다. 하지만 여야 모두 상호 양보한 9,475명에서 합의를 도출하면서 파국은 면했다. 또 다른 쟁점 분야인 최저임금 인상 지원 관련 예산에서도 부대의견에 야당 의견을 대폭 반영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지난 2014년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넘긴 상황에서 처리가 더 이상 지연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 예정돼 있던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정례회동을 취소하고 곧바로 3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참석하는 비공개 회동을 이어가며 예산안 처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2일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 불발 이후 처음으로 모인 자리에서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 쟁점인 공무원 증원 규모를 놓고 막판 담판을 벌였다. 정부가 예산안에서 제시한 공무원 증원 규모는 총 1만2,221명이다. 이날 협상 직전까지 민주당은 1만500명까지 양보한 반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최대 7,000명과 9,000명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결국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여야 모두 한발씩 물러선 9,475명에서 절충안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증원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만큼 상징성 차원에서라도 절대 양보하기 어렵다는 여당의 입장을 야당이 상당 부분 수용한 셈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국당은 “국가가 전쟁으로 망하지 않으면 공무원을 늘려서 망하거나 아기를 낳지 않아서 망한다”면서 공무원 증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신 또 다른 쟁점 예산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기금(3조원) 조성에서는 여당이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야당은 당장 내년까지는 정부 안대로 직접 지원이 불가피하겠지만 2019년에는 직접 지원의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거나 간접 지원으로 돌리자고 주장해왔다. 이에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간접 지원에 대한 공감대를 토대로 새 부대의견을 제시할 생각이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결국 여당은 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의견을 대폭 반영해 부대의견을 작성하는 것으로 합의점을 도출했다. 내년 일자리 안정기금 지원은 정부안대로 3조원 규모로 지원하되 2019년 이후에는 전년도 지원 규모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편성하기로 했다. 또 근로소득장려세제(EITC) 확대와 사회보험료 지금 연계 등 간접 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진계획 및 진행상황을 내년 7월 국회에 보고하기로 명시했다.
아울러 아동·기초연금 시행 시기 역시 여야의 입장을 모두 절충해 지방선거 이후인 내년 9월 정도로 미루는 데 합의했다. 다만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의 경우 소득수준 상위 10% 가구는 제외하기로 했다. 법인세의 경우 최고세율 적용 과세표준 기준을 기존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대신 소득세는 정부안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